남양유업의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체 시험을 통한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실험실 연구 결과를 발표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4일 질병관리청은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와 관련해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잘 통제된 사람 대상의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야 공유할 만한 효능인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질병관리청은 “현재 해당 연구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결과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라며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정부 예방접종피해조사반 자문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실험의 발표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정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인체 내가 아니고 세포나 실험관 안에서 효과가 있었던 약물은 수백 개가 넘는다”며 “이렇게 발표하게 되면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심어줄 수 있고 잘못된 정보가 방역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전날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에 대한 실험실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고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실험과 코로나19 실험은 각각 한국의과학연구원, 충남대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과 진행했다.
남양유업 측은 “발효유 제품이 인플루엔자 및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연구”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구체적 효능에 대해서는 “세부 작용기작에 대한 과학적 입증을 앞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만 설명했다.
이 같은 발표에 남양유업 주가는 전날 시간 외 거래에서 10% 상승했고, 이날 장 초반에도 28.7%까지 오르며 상한가 가까이 거래되기도 했다.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이 불가리아 제품 구매에 나서면서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전날 편의점 GS25와 CU에서는 불가리스가 전주(4월6일)보다 각각 68.8%, 47.9% 더 판매됐다.
식품업계에서는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표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기능성을 인정받지 않은 식품이 특정 증상 등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할 경우 건강기능식품에관한법률상 허위·과대광고 소지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물실험, 인체적용시험 등 과학적 근거를 평가해 기능성 원료를 인정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의 효능과 관련한 표현은 자칫 잘못하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며 “인체 효능 관련 임상시험을 거쳐서 기능성 인정을 받으면 최소한만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약처)은 일본 원전사고 이후 일부 업체가 국민불안 심리를 이용해 홍삼이나 요오드함유 식품 등에 방사능 방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과대광고해 소비자를 현혹한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당시 방사능 방어 기능성을 인정받은 식품이 없는데도 프로폴리스, 홍삼(인삼), 알로에, 클로렐라, 비타민·요오드·아연 함유 식품 등을 함유한 제품이 방사능 피폭 예방·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해 일부 회사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