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덧없는 눈물의 이유를 나는 모르네.” 영국의 시인 앨프리드 테니슨(Alfred Lord Tennyson, 1809∼1892)이 쓴 서정시 중 가장 섬세하고 잘 다듬어진 시로 평가받는 ‘눈물, 덧없는 눈물’의 1연이다. 테니슨은 ‘영영 사라진 세월’을 회상하며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고 했다. 문학표현이지만 놀랍게도 아직 사람이 왜 우는지 과학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아주 오래전 사람처럼 뜨거워진 심장이 스스로 열을 식히기 위해 증기를 생성하고 머리 위로 올라와 눈 근처에서 응축되고 눈물로 빠져나온다는 말을 믿지는 않지만 눈물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물론 여러 동물도 울음소리로 상대방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자신의 상태를 전달한다. 하지만 사람 외에 다른 동물은 눈물을 흘리면서 울지 않는다. 동물은 눈을 보호하고 외부 자극에 반응해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서 눈물을 흘린다. 슬픔이나 기쁨 등 극적인 감정변화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동물은 사람이 유일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물을 보고 따라 우는 동물도 사람이 유일하다. 동물의 울음을 “울음, crying”이라고 하지 않고 “부르는 소리, calling”이라고 표현하는 이유이다. 만약 동물이 눈물을 흘리면서 울고 있다면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 도움을 청한 건 아닌지 눈 건강을 걱정해야 하고, 사람이 울면서 눈물을 흘리면 상대방의 마음 건강을 헤아려야 한다.
진화학자인 찰스 다윈조차도 한때 사람의 눈물은 “목적이 없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 연구 결과를 보면 눈물은 사람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만이 흘리는 감정적인 눈물은 자신에게 감당하기 힘든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상대방에게 시각적으로 전달해 자신의 취약성을 알린다. 사람은 강력한 눈물의 힘을 오랜 세월 동안 경험해 온 것 같다. 더 중요한 건 눈물 신호를 받은 사람은 상대방의 심정을 이해하도록 발달해 왔다. 눈물을 흘리는 건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지만 눈물 신호를 받고 반응하는 것은 배울 수도 있고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 눈물에 공감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도윤호 공주대 교수 생명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