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대통령 출마 때부터 작가 문준용(사진)은 해명을 달고 살다시피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무적 판단을 했을 때, 설령 억울한 일이 있어도 대통령 아들인 그가 페이스북에 글 올리기를 참아야 한다는 말들이 많았다. 그래도 그는 글을 올리고 인터뷰를 하며 해명하기를 종종 시도했다. 그러기를 4년여.
그가 일관되게 하고 싶어하는 말은 ‘나는 작가’라는 것이었다. 여러 차례 정치 논란에 등장하며 내놓은 말 중 “대통령 아들에 대한 비판은 괜찮으나, 저의 생업에 대한 비난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는 말은 그의 모든 언행의 동기를 설명하는 가장 직접적인 말이었다.
그도 아트페어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는 이번 논란을 어떻게 봤을까. 세부적 내용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인터뷰 말미에 꺼낸, 미술 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정치 공세에 대응하며 가진 의문은 묵직했다. 미술의 목소리를 전하고 키우기, 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는 그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숙제처럼 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치 공세에 시달려온 대표적 미술계 일원이다. 정치적으로는 문 작가를 공격했던 진영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는 한데, 조현화랑의 아트페어 참가에 대해 논란이 벌어진 것을 알고 있는지.
“조현화랑이 작품을 팔지 않기로 했다는 것을 안다. 특히 시의 지원금을 받는 일을 사람들이 문제로 보는 모양이다.”
―올해 초 서울시의 ‘코로나19 피해 긴급예술지원’을 받은 것으로 논란에 휘말려 해명했다. 많은 공세를 받으면서 대중에게 미술 생태계에 대해 설명을 해온 작가로서, 어떤 생각을 했나.
“제가 최근 겪은 일은 작가의 지원금 문제라 조금 다르지만, 어떤 측면은 상통한다. 제 사례는, 예술인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예술인을 지원하는 게 왜 필요한지에 대해 대부분 잘 모르고 오해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제가 받은 창작지원금이라는 것은 형편이 어려운 작가를 돕는 것이 아니었다. 창작이 초점이다. 상업용 예술활동이 아니라 순수 창작을 지원하는 취지였다. 갤러리에서 팔릴 가능성이 없는 작품을 제작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것이다.”
―소위 ‘미술관용’이라고 불리는….
“그렇다. 수익이 나지 않으니 작가가 제작비를 전적으로 쓸 수가 없다. 그건 부유한 작가나 가난한 작가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런 게 있어야 문화와 미술이 발전한다. 그 필요 때문에 이런 지원금이 있다. 그렇게 해서 좋은 작품 나왔을 때 공공에 선순환되는 효과가 있다. 심사기준도 문화 발전에 기여할 작품을 잘 만들 수 있느냐고, 결국 그런 실적을 입증한 경력이 있는 작가, 소위 잘나가는 작가들이 당선될 가능성이 큰 거다. 부유함이나 가난함과 상관이 없다. 아트페어도 그런 측면에서 관련 있다. 단순히 부자들이나 권세가들을 지원하려고 하는 게 아니지 않으냐. 예술과 문화를 발전시키려는 거다. 그런데 단순히 잘사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궁금하다. 왜 정치인들이나 언론에서 그들끼리만 이야기하고 미술계 이야기는 들어보지 않는지. 제가 논란이 될 때도 항상 미술계 생각과 설명은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