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최재우 대표가 아트부산에서 작품을 팔지 않겠다고 밝히는 기사가 나오던 지난 13일 오후. 최 대표의 어머니이자 조현화랑 설립자, 박형준 부산시장의 부인인 조현(사진) 전 대표는 병원에 있었다. 링거 주사를 맞고 있다며 병상에서 세계일보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그는 지친 목소리로 억울함을 토로했다. 오랜 경험으로 내공이 만만치 않은 화상으로 알려져 있는 그인데도, 난관에 부닥친 미술관 이야기를 할 땐 한 차례 울먹였다. 박 시장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산화랑협회를 탈퇴하려 한다고.
“그렇게 하라고 몰아가는 것 아닌가. 피해를 줄 수 없으니. 여러 가지로 너무 힘들다.”
―아트페어 참가가 논란인데.
“국제아트페어를 열어놓고 판매를 못 하다니 화랑 문 닫으란 소리 아닌가. 세계시장에 작품을 내지 말라는 이야기고, 작가를 죽이는 거다. 평생 30년을 넘게 해 온 일인데 남편이 시장이 됐다고 해서 아트페어에 나가면 안 된다고 하면, 화랑이 작가와 한 약속은 어떻게 되나. 작가들에게 작품 다 받아놓고 이제 와서 어떻게 할지, 작가들에게 어떻게 사과할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미술을 너무 모르고, 미술은 다 비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작가 한 명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내놓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는 것 같다. 대가들은 어떻게 알아서 한다고 해도, 젊은 작가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젊은 작가들은 얼마나 있나.
“최 대표가 젊은 작가를 키워보겠다고 해서 전속인 젊은 작가가 제법 많다. 그들 작업실 주고 생활비도 다 나가야 하는데 화상이 장사를 하지 말라니. 화랑 하나 없애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로비창구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박서보 작품 구할 수 있나? 없지 않나. 이배(의 작품)도, 권대섭(의 작품)도 구할 수가 없잖나. 지금 누가 와서 달라고 해도 물건이 없어 못 주는 상황인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미술을 알면 안 생기는 논란이다. 지금 그 작가들이 세계시장에서 놀고 있는 줄을 모르고, 그런 작가들 작품 다 외국에 팔지 한국에 파나.”
―부산 기장에 미술관 건립 부지도 선거 기간 부동산 투기 논란이 나왔다.
“평생 화상으로 번 돈으로 고향에 미술관 지어 남기고자 한 것인데, 투기꾼으로 몰렸다. 세계적 건축가 구마 겐고에게 맡긴 미술관 설계비만 10억원이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투기하려고 그런 짓을 하나. 같이 하려던 후원자들도 못하겠다고 떠났다. 다들 힘들 게 번 돈이고 좋을 일에 쓰려고 모였다. 평생 쏟아부은 열정을 남기고 싶더라. 그래서 다른 후원자들에게도 우리 재산 다 자식들 주지 말고, 조금씩 기부해서 미술관 만들어 남기자고 했다. 이제 건설회사랑 계약 단계였다.김종학 선생님이 작품 1000점을 기부하셨고, 백남준 작품을 많이 갖고 계신 분도 계셔서 김종학미술관, 백남준미술관, 기획전 미술관 해서 3개 동으로 만들려 했다. 그런데 백남준 작품을 가지고 계시던 분이 못하겠다고 하시는 상황이다. 문화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문화가 없고선 영원한 후진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