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LH사태’가 처음 세상에 드러났을 때는 ‘누가’인 공공기관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들이 취득한 토지의 약 98.6%가 농지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농민도 아닌 공공기관 직원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농지 취득이 가능한지로 관심이 이어졌다. LH사태는 헌법에서 천명한 경자유전의 원칙과 농지는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농지법 이념이 무색하게 투기 대상으로 전락한 농지의 슬픈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농지는 부동산인 동시에 농업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생산수단이다. 농지법은 1994년 제정 당시부터 이 중 생산수단으로서 가치를 강조하고 부동산으로서 권리행사를 제한하였다. 하지만 이후 농지법 개정 역사는 헌법 원칙 및 농지법 이념과는 반대의 길을 걸었다. 농지법 개정 이유에서 보듯이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확대’, ‘농지에 대한 재산권 행사의 제한 해소’ 방향으로 나아갔다. 농업회사법인의 설립요건을 완화하면서 농업회사법인의 농지 취득 제한 규정도 대부분 풀어주었다. 취미생활이나 여가활동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농민이 아니더라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해주었다. 농지를 상속받더라도 재산권 행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소유 상한 규정을 없앴다. 농지법 개정의 역사는 스스로를 부정하는 역사였다.
LH사태로 수면 아래 잠겨있던 농지법의 민낯이 드러났다. 최근 정부에서도 농지법 개정 방안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농지 취득을 까다롭게 하고, 농지위원회 및 농지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농지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며, 특히 농지에 나타나는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안 중 투기 농지에 대한 신속한 강제처분 및 이행강제금 강화, 벌칙 확대 및 부당이득 환수 등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장치는 환영할 일이고 입법화되기를 바란다.
임영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 위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