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32곳 ‘노크’… 7월부터 예정지구 지정 예고

속도내는 공공 주도 주택사업

주민동의율 10% 넘는 곳 중심 우선 선정
정부, 용적률 상한 등 규제완화 인센티브
전매 허용·실거주 의무 배제 ‘당근’도 제시

LH 땅 투기 사태에 불신 여론 ‘최대 난관’
오세훈 시장 이후 달라진 분위기도 변수
지난 8일 공공재건축 선도사업 후보지로 지정된 서울 용산구 강북강서맨션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대도시 도심권 주택 공급 확대방안으로 제시한 공공 주도 개발 사업이 선도사업지를 모집하며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이미 수백곳이 사업 희망 의사를 밝히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 투기 사태로 인한 불신 여론과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에 따른 민간 개발 기대감까지 겹쳐 사업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2·4 공급대책 후속조치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 제안(362곳)과 민간 제안(70곳)을 합쳐 전국에서 432곳이 정비사업을 신청했다. 이를 토대로 공공재건축 1차 5곳, 공공재개발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은 2차에 걸쳐 각각 24곳, 34곳씩 후보지가 선정됐다.



공공재건축은 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사업 시행에 참여해 공공성을 확보하면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법정 상한까지 올려주고, 임대주택 등을 기부채납 받는 방식이다. 공공재개발은 공공재건축과 마찬가지로 공공이 사업 시행에 참가하되, 용적률을 법정 상한의 120%까지 올려주고 임대주택 등을 기부채납 받는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은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에서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고밀개발 사업이다.

남은 것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인데, 아직 후보지는 미정이다. 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과 흡사하지만, 공공이 참여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조합으로부터 토지 소유권을 넘겨받아 사업을 벌이고 주택 등을 사후정산하는 방식이다. 지자체 제안 36곳, 민간 제안 13곳을 합쳐 모두 49곳이 신청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컨설팅을 모집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에 후보지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외에도 이달 중 소규모 정비사업과 주거재생혁신지구 선도사업 후보지, 다음달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3차 후보지를 각각 발표한 뒤 7월에는 전체 후보지 중 주민 동의율 10%를 확보한 입지를 중심으로 예정지구를 지정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용적률 상한 등 규제 완화 인센티브 외에도 등기 이후 전매를 허용하고 실거주 의무도 부여하지 않는 등 토지주에게 갖가지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또 지역별 설명회 등을 통해 사업성과 기대 수익 등에 대해 홍보할 예정이다.

국토부가 현재까지 발표한 정비사업 후보지에서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은 모두 6만4000가구에 이른다. 일단 국토부가 2·4대책을 통해 올해 확보하기로 한 주택공급목표 4만9400가구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공공 주도 개발사업이 실제 공급까지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LH 땅 투기 사태로 공공 주도 개발에 대한 신뢰가 급락한 만큼 주민 동의를 얻는 데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도사업지가 예정지구로 지정되려면 토지 소유주 동의 10%를 확보해야 하고, 최종적으로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4·7 재보선을 계기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여론이 힘을 받고 있는 것도 변수다.

서울시장 취임 이후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는 것도 변수다. 민간 개발이 쉬워지면 굳이 임대주택을 더 지으면서 공공이 개입하는 사업 방식을 택할 이유가 없어진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정부가 공공 주도 개발을 추진하더라도, 서울시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동력을 얻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구성원 간 의견도 분산될 수 있기 때문에 후보지로 선정됐다고 해도 실제 사업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