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나토 완전 철군에… 아프간, 또 혼란 빠지나

주둔 병력 9월11일에 철수 완료
국제사회, 분열·내전 등 우려 커져
블링컨, 카불 찾아 ‘철수 결정’ 설명
가니 대통령 “철군 존중… 방어 충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미국 해병대 장병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군하기로 한 가운데 아프간의 안보 위기를 걱정하는 국제사회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14일(현지시간) 아프간 주둔 병력을 5월 1일부터 철수하기 시작해 9월 11일 철군을 완료하기로 했다. 2001년 알카에다가 주도한 9·11 테러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아프간 전쟁은 이로써 20년 만에 종전에 이르게 됐다. 현재 아프간에 있는 미군 병력은 2500명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에선 “아프간 상황이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군사적으로 아프간에 더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만큼 정치·경제 기반이 허약하고 분열상이 심각한 아프간이 또 다른 내전 등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군이 아프간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경우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군사력 공백을 노려 아프간을 다시 완전히 장악하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예고 없이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방문한 것도 이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벨기에 브뤼셀을 떠난 블링컨 장관은 이날 카불에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 등과 차례로 만났다. AP통신은 블링컨 장관이 아프간 정부 지도자 등에게 미군 철수 결정을 설명하기 위해 현지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가니 대통령에게 “나의 방문을 통해 아프간 정부와 국민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헌신을 보여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가니(사진) 대통령은 “미국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미군의 희생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가니 대통령은 미군이 떠나더라도 정부군에 충분한 방어 능력이 있다며 ‘자주국방’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총괄하는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HCNR) 의장은 미군 철수 소식에 “탈레반과 함께 평화 구축에 힘써야 한다”며 “이제는 (정부와 탈레반이)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