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반도체·전기차·조선 등 전략산업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주요 부처 장관들과 삼성전자·현대차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세계가 맞이하고 있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을 계기 삼아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강력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전기차와 이차전지, 해운·조선 등에 대해서도 종합지원과 맞춤형 대책을 약속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보여주기식 쇼에 그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글로벌 신산업에는 격변의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미국은 “국익이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에 전략물자를 의존할 수 없다”며 첨단기술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안보와 경제를 아우르는 ‘반중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세계를 주도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반도체 시장이 국가·동맹 간 결전의 장으로 바뀌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일대 사건이다. 중국도 2025년까지 17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공언하면서 맞불을 놓는다.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샌드위치 신세다. 우리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지식재산권을 대부분 보유한 미국에 협력할 수밖에 없다. 거대한 시장을 지닌 중국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전자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30%에 이른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