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때 휴대폰 사주며 접근…軍에서도 집착” 김태현 동성도 스토킹 했다

“집 앞서 기다리다 죽이겠다고…신고하면 가족 죽이겠단 협박도”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뉴시스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25)이 과거 동성을 상대로 스토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7일 방송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 따르면 김씨의 스토킹 피해자라고 제보해온 A씨는 “딱 이렇게만 말씀드리겠다. 김태현, 저 짓 한 것 한번이 아니다. 집착하고, 스토킹하는 게 처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김태현’의 이름을 듣자마자 공포로 온몸이 떨려왔다”며 “진짜 저게 내가 될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19세였던 김씨가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던 당시 중1이었던 A씨는 그와 동네에서 친한 형 동생 사이로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김씨는 A씨에게 스마트폰을 사주고 요금을 대신 내주는 등 지나친 호의를 베풀었고, 이는 머지않아 집착으로 바뀌었다.

 

김씨는 자신과 약속을 거절한 A씨를 향해 자해 사진, 칼 사진 등을 보내며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집 앞에서 기다리다 죽이겠다는 섬뜩한 말도 했다. 김씨가 군 입대한 후에도 A씨를 향한 집착은 계속됐고, A씨가 만나주지 않자 A씨의 어머니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또 김씨는 A씨의 게임 계정을 빌린 뒤 게임 계정의 비밀번호와 똑같은 SNS 계정에 접속해 A씨와 친구들의 대화를 엿보거나 A씨를 사칭해 지인들에게 악의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신고하거나 누군가에게 말하면 부모님과 가족을 다 죽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보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한 심리상담센터장은 “스토커들은 사람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소유물로 본다. 통제가 안 될 때 극도의 흥분감이 올라오는데 이것은 상대를 향해 더욱 집요해지고 괴롭히고 협박하고 욕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며 “그 단계가 지나가면 극단적인 상황이 되어 소유물을 제거하는 것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3월25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연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4월9일 김씨는 신상이 공개된 후 포토라인에 서서 “일단 제가 기자님들 질문 일일이 다 답변 못 드릴 거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를 드린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김씨는 ‘유족들에게 전할 말 없냐’는 질문에 받자 경찰에게 자신의 팔을 놓아 달라고 하며 무릎을 꿇고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 쉬고 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 저로 인해 피해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캡처

이에 대해 전문가는 “누구도 아닌 기자들에게 양해를 먼저 구한다는 것은 난 내가 준비한 것만 답하겠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찰에 송치되는데 형사한테 팔 놔달라는 사람은 처음이다. 제삼자가 어떤 사람을 보고 관찰하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듯 한다. 죄인의 모습을 연기하며 주목받는 순간을 즐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자존감은 낮고 자존심은 강한데 이 사건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또 오히려 무릎을 꿇거나 마스크를 벗으니 기자들이 당황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역시 난 멋있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