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심장이 '쿵쿵'…혹시 나도 부정맥?

심방세동 인한 부정맥… 큰 혈전이 뇌혈관 막는다

대부분 박동수만 불규칙… 건강 무해
심장 수축 제대로 안 되는 심방세동
일반인 비해 뇌졸중 위험 5∼17배

술·담배 등도 발병 위험 크게 높여
‘한두 잔 정도 괜찮겠지’ 했다간 오산
약제 좋아져 조기 진단 땐 효과 커

별 다른 이유 없이 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 뛰면서 답답하거나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심장이 지나치게 빠르게 뛰거나 불규칙한 박동이 나타나는 ‘부정맥’으로 인한 증상이다.

부정맥의 많은 경우는 박동수만 불규칙할 뿐 건강에는 무해하기도 하지만, 심방세동과 심실세동 등은 뇌졸중과 돌연사로 직결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장이 ‘두근두근’… 많은 경우는 무해한 ‘기외수축’

일반적으로 휴식을 취할 때 심장은 분당 50∼80회 수준으로 일정하게 뛴다. 이 박동수가 갑자기 너무 빠르게 뛰는 ‘빈맥’이나, 너무 느리게 뛰는 ‘서맥’으로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것을 부정맥이라고 한다.

심장 근육은 전기적인 흥분이 전달되는 ‘전깃줄’로 연결됐는데, 이 전깃줄 연결이 끊길 때 서맥이, 전선이 합선돼 불똥이 튀듯 빈맥이 발생한다.

부정맥 중 정상적인 박동 외에 한 번씩 박동이 튀듯 나타나는 듯한 증상이 있는데, 이런 ‘기외수축’은 건강에 무해하다. 대개 음주, 과로, 커피, 담배 등의 자극요인이 있을 때 나타나는 것이 흔하므로 이러한 유발요인을 줄이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심방세동과 심실세동이다. 심실세동은 돌연사로 연결되는 예측이 어려운 질병인 반면 심방세동은 치료를 통해 응급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심방세동은 심장 위쪽의 2개의 방(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면서 심방 내에 귀처럼 튀어나온 부분(좌심방이)에 혈액이 고이고, 피떡(혈전)이 만들어지면서 혈관을 타고 흐르다가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방세동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5∼17배 정도 높다.

남기병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일반적인 동맥경화로 인한 뇌졸중이 조그마한 혈전이라면 심방세동으로 인한 혈전은 큰 혈전이다. 이런 큰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작은 혈관이 막히는 것과 비교가 안될 만큼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 환자가 다른 뇌졸중 환자에 비해 입원기간이 길고, 퇴원 가능성이 낮고, 영구장애를 입을 가능성이 약 50% 더 높은 이유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 환자는 1년 이내 절반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

국내 심방세동 환자는 고령화에 따라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16만9259명이던 심방세동 환자는 지난해 22만9251명으로 5년 새 35.4%가 증가했다.

◆부정맥에 술, 담배는 치명적

심장의 전기적인 문제는 심장기형 등의 선천적인 경우도 있지만 심근경색, 심근증, 판막질환 등의 심장질환으로 후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알코올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발생하기도 한다. 대한부정맥학회에 따르면 심방세동 환자가 술을 마시면 뇌졸중 위험이 2배 높아진다.

남기병 교수는 “술 한두 잔 정도는 괜찮지 않냐고 물어보는 환자들이 있다. 그러나 술은 섭취량에 정확히 비례해서 부정맥 빈도가 높아진다. 마치 저축하듯이 오늘 마시는 한 잔의 술이 부정맥으로 이어지는 확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경고했다.

심방세동 환자는 특히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운동부족 등 동맥경화 위험인자를 피해야 한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흡연은 혈관 내벽을 손상시켜 지방질이 혈관 내벽에 쌓이도록 조장함으로써 동맥경화를 가속화하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최의근 교수팀은 최근 “저위험 심방세동 환자라도 흡연을 하고 있으면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 위험이 중등도 이상이면 예방을 위해 항응고 약물치료를 받는데, 항응고 치료를 받지 않는 저위험 심방세동으로 분류된 환자도 흡연시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간접흡연도 주의하는 게 좋다. 태아기 혹은 어릴적 간접흡연에 노출된 사람들은 심방세동 발병 위험이 40%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남기병 교수는 “부정맥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와 완전히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며 “최근 10년 새 약제가 좋아져서 이전보다 뇌졸중을 70% 가까이 줄이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심장이 쿵쿵 뛰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어려운 부정맥 증상이 나타나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