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52년 만에 양국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 대만에 관해 명시했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대만 정책에서 탈피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온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 후 백악관이 배포한 ‘새 시대를 위한 미일의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에 “미·일 양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더불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첫 정상회담은 ‘중국 견제’라는 목표 아래 공동 대응을 위한 협력 의지를 다지는 자리가 됐다. 공동성명에는 중국의 홍콩과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의 인권에 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양국 정상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여러 현안에서 중국을 겨냥한 입장을 내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기술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안전하고 신뢰할 5G(5세대 이동통신), 반도체 공급망 협력 증대, 인공지능 등 분야의 공동 연구 추진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의 중국 견제 4개국 협의체인 ‘쿼드’를 포함한 협력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미·일 정상이 자국을 견제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일 두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양국의 의지도 재확인하고, 공동 안보를 위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하며 북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준수를 촉구하고 국제사회에도 결의 이행을 요구했다. 스가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해 우리는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모든 범위의 탄도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공동성명에는 해당 표현이 포함되진 않았다.
일본 총리관저 담당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재검토 중인 것을 거론하며 “미국 측이 재검토를 마칠 때까지는 확정적 표현을 피하고 싶은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CVID 표현을) 뺐다”고 설명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아사히는 아울러 미국 고위관료를 인용해 “새로운 대북정책은 북한에 대가를 주면서 장기적으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단계적 접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워싱턴·도쿄·베이징=정재영·김청중·이귀전 특파원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