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우롱한 남양유업, '불가리스 파동'에 상응하는 책임져야 [현장메모]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남양유업이 밝힌 연구는 손소독제의 코로나 바이러스 억제 효과 실험과 비슷한 것인데도 마치 먹으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을 것처럼 사람들의 오해를 부추겼다.

 

해당 제품은 식품 매장에서 자취를 감췄고 남양유업의 주가는 급등했다. 검증되지 않은 연구 결과로 소비자들의 사재기를 부추긴 얄팍한 상술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는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의 발표로 시작됐다. 원숭이 폐세포를 숙주세포로 하여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시험을 하였더니 코로나19 저감률이 77.8%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추가 검증이 필요한 실험 결과였음에도 박 소장은 “1회 음용량 및 구강을 통해 음용하는 점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남양유업도 보도자료를 통해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연구”했다고 홍보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제품을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대량 구매했다. 코로나에 불안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남양유업 주가는 한때 전일 종가(38만원) 대비 29% 오른 48만9000원까지 뛸 정도로 출렁거렸다.

 

첫 연구 발표가 있던 13일부터 14일 사이 개인 투자자들이 이 회사 주식을 산 규모가 60억원을 넘었다.

 

하지만 실제 효과가 있느냐는 논란이 일자 질병관리청이 나서 남양유업이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항바이러스 연구는 세포실험 이후에도 동물실험과 임상실험을 거쳐야 하는데 추가 검증이 필요한 실험 결과만을 토대로 자사 제품이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발표했다는 지적이다.

 

식품안전의약처도 “긴급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양유업이 해당 연구 및 심포지엄 개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점을 확인했다”며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의 근거없는 ‘불가리아 마케팅’에 소비자들의 분노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쏟아졌다. “믿고 거르는 남양유업”, “애초에 식품으로 바이러스를 막는다는 게 웃긴 것 같다”, “남양유업이니까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역시나 불매할일들만 만들고 있다”는 성토 글이 쏟아졌고, 일부 누리꾼은 코로나19 백신 대신 불가리스를 접종하는 합성 이미지를 만들어 공유하며 남양유업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불거진 이번 사건은 소비자들의 분노에 그칠 일이 아니다. 어떤 식품이 질병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한 식품표시광고법을 어겼는지, 주가 조작 세력이 개입된 일은 아닌지 등 모든 불공정 거래 의혹에 대해 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

 

그 결과에 따라 남양유업은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심포지엄 과정에서 (발표된) 실험이 인체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 단계 실험으로 효과를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소비자에게 코로나19 관련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 사과드린다”는 성명 하나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