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정지석, 프로배구 정규시즌 MVP 영예

2020∼2021 V리그 시상식
김, 공격 성공률 46% 전체 1위
10여년 만에 통산 4번째 수상
정, 창단 첫 통합우승 공수 활약
압도적 표차로 최우수 선수상
신인왕엔 男 김선호·女 이선우
‘별의 순간’ 19일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MVP를 차지한 김연경(오른쪽)과 남자부 MVP 정지석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다사다난(多事多難).’ 흔한 표현이지만 2020~2021 프로배구 V리그를 보여주는 데 이만한 말도 없다. 지난해 10월 개막해 7개월여 동안 일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상당수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됐고, 심지어 선수 확진자가 나와 남자부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보다 더 큰 아픔도 있었다. 체육계 전체를 흔든 학교폭력 파문이 배구계로부터 촉발된 것. 결국, 몇 달여 전만 해도 팬들의 환호를 받던 특급 스타들이 오히려 비난 속에 리그를 떠났다. 안팎에서 이런 엄청난 충격파가 이어지며 한창 인기 급상승 중이던 V리그가 위기에 빠졌다.

 

그 중심에 김연경(33)이 있었다. 다만, 김연경은 어려움을 만든 이가 아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쪽이었다. 코로나19로 해외리그가 중단되자 친정팀인 흥국생명에 복귀한 그는 어렵게 시작한 V리그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엄청난 연봉을 자진 삭감했고, 학폭 파문 이후에는 만신창이가 된 흥국생명을 솔선수범해 추스르며 후배들을 이끌었다. 결국, 김연경을 필두로 한 수많은 선수의 헌신 속에 지난 V리그는 17일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을 끝으로 다사다난했던 시즌을 끝냈다.

 

이런 김연경이 2020~2021시즌 최우수선수(MVP)로 이름을 남겼다. 19일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최고 선수로 호명된 것. 총 31표의 유효투표 중 14표를 받아 GS칼텍스의 통합우승을 이끈 뒤 최근 자유계약(FA)으로 KGC인삼공사로 팀을 옮긴 이소영(27·12표)을 간발의 차로 제쳤다.

 

김연경으로서는 리그를 지배했던 2000년대 초반 3시즌 연속 MVP를 따낸 뒤 10여년 만에 만든 네 번째 영광이다. 다만, 올 시즌은 더욱 특별했다. 648득점을 올려 득점 순위 국내 선수 1위에 올랐고, 45.92%로 공격 부문에서는 전체 1위에 오르는 등 실력에서도 녹슬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제는 베테랑이 된 김연경의 진가는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더 빛났다. 핵심 주포와 주전 세터가 빠지는 초대형 악재에도 소속팀을 끝내 챔피언결정전까지 끌고 간 것. 이런 김연경의 모습은 학폭 파문 속에 등을 돌렸던 수많은 배구팬을 다시 리그로 불러들였다. 결국, GS칼텍스에 완패하며 우승을 놓쳤음에도 시즌 최고 선수로 선택됐다.

 

남자부에서는 정지석(26·대한항공)이 22표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MVP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외국인 공격수 비예나의 장기 부상으로 시즌의 상당 기간을 국내 선수로만 운영했음에도 끝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혈투 끝에 우리카드까지 물리치며 창단 첫 통합우승까지 해냈다. 그 중심에는 공수에서 맹활약한 정지석이 있었다. 결국,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8∼2019시즌 이후 두 번째 영광을 안았다.

 

한편, 평생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의 영광은 현대캐피탈의 김선호(22), KGC인삼공사의 이선우(19)가 차지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