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과천시와 하남시의 전셋값만 유독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과천시는 지난해 12월 첫째주부터 18주, 하남시는 지난 2월 둘째주부터 10주 연속으로 전셋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전셋값 누적 하락률은 과천시가 -1.60%, 하남시가 -0.83%에 이른다. 올해 규제지역에서 전셋값이 떨어진 곳은 딱 2곳뿐이다.
경기 하남시 망월동 미사강변루나리움(84.99㎡)은 지난해 11월 7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지만, 지난달에는 5억5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과천시와 하남시는 올해 대규모 단지가 입주하면서 전세 물건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과천과 하남의 입주 물량은 지난해 각각 2988가구, 5107가구에서 올해 5553가구, 1만36가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다.
공급은 늘었는데, 전세를 찾는 사람은 예전만큼 늘지 않았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청약의 1순위 요건을 채우려면 투기과열지구는 2년, 조정대상지역은 1년 이상 해당 지역에 무주택자로 거주해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청약 우선순위를 위해 청약 대기자들이 타 지역에서 전세·월세를 구해 과천시와 하남시로 꾸준히 이주했는데, 이 수요는 사실상 지난해 모두 마감됐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의 사전청약 일정을 노린 실수요자들도 대부분 이주를 마친 상태다.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집값도 덩달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지난주 기준 과천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6%, 하남시는 0.09%에 불과하다. 경기 지역 평균 상승률 0.32%와 비교하면 월등히 낮은 편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과천시와 하남시는 청약 이주 수요가 지난해 대부분 끝난 데다, 최근 전세 시장 비수기를 맞아 전셋값이 하락했다”며 “두 지역에서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전셋값 안정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