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신임 부장검사들에게 “장수의 충성은 임금이 아닌 백성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을 인용하며 국민을 위한 정의를 강조했다.
조 직무대행은 20일 충북 진천의 법무연수원을 찾아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교육 중인 검사 30여명에게 약 70분 동안 강연했다. 조 직무대행은 특강에서 “국민 눈에 비친 검찰의 자화상은 ‘힘이 세고 무섭다. 강자에 약하다. 오만하고 폐쇄적이다’는 것”이라며 “항상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도록 신임 부장들이 솔선수범하여 후배들을 따뜻하게 지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조 직무대행은 강의 중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읊은 대사를 인용하며 검찰이 지향해야 할 가치가 국민에게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친정권 성향의 검사들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조 직무대행은 “‘전장에 있어 장수의 의리는 충성에 있고 그 충성은 임금이 아닌 백성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씀처럼 ‘수사에 있어 검찰의 의리는 정의에 있고 그 정의는 권력자가 아닌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지향해야 할 가치는 오로지 ‘국민을 위한 정의와 공정’에 있다”고 했다.
검찰총장 후보군에 물망에 오른 조 직무대행의 소신 발언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퇴임하며 남긴 퇴임사와도 일맥상통하다. 윤 전 총장은 “개인이나 검찰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일해 왔다고 자부한다”며 검찰 직원들에게 “오직 국민만을 생각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김학의 출금’ 관련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기소 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조 직무대행이 결정의 순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의 심정에 빗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