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그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일본의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과 관련,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맞는 적법한 절차를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조건부로 방류를 용인하겠다는 듯한 언급이다. 앞서 정부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 조치와 함께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과는 기조가 다르다. 정 장관은 어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는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말을 바꿨다.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여당 의원들조차 “국민의 정서나 요구와 매우 다르고, 혼선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오죽하면 일본 언론이 ‘일본 정부로서는 환영할 만한 궤도 수정”이라고 했겠는가.
우리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본 정부가 13일 후쿠시마 제1원전 물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125만t을 장기간에 걸쳐 바다에 버리기로 결정하자 외교부는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 및 양해 과정 없이 이루어진 일방적 조치”라며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 중국과 보조를 맞춘 것도 엊그제의 일이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 정부의 결정은 투명했고, 국제기준과 조화를 이뤘다”며 한·미 간 이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