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세가 급등락하는 등 투자자 피해 경고음이 커지자 지난 19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 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오는 6월까지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가 암호화폐 출금 시 금융회사가 1차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관리감독한다.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암호화폐 관련 불법의심거래를 신속히 분석한 뒤 수사기관과 세무 당국에 통보해 공조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금융감독원 등과 불법 환치기 등 외국환거래법 등 관계 법령 위반 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국내 암호화폐가 다른 나라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이 형성되면서 외국에서 암호화폐를 사서 국내에서 팔고 해외로 송금하는 사례가 성행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경찰 등 수사기관은 불법 다단계와 투자사기 등 암호화폐를 이용한 불법행위를 집중단속한다. 경찰은 이를 위해 대규모 유사수신 및 다단계 금융 범죄에 대해서는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담당하고, 암호화폐 관련 계정 해킹은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전담하기로 하는 등 불법행위 유형별로 전담 부서를 세분화했다. 공정위는 암호화폐거래소의 이용 약관을 직권조사해 투자자에게 불리한 불공정약관은 바로잡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불법행위 처벌 정도의 원론적 수준 단속으로는 국경 없이 24시간 거래되는 암호화폐 시장의 특성상 고위험을 감수하며 뛰어드는 개인들의 투자를 막는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관할부서부터가 금융과 무관한 국무조정실로 정부 내 관할 책임조차 불분명하다. 암호화폐의 하루 거래량이 주식시장 거래량을 크게 능가하고 있는데도 화폐는 물론 금융상품으로도 그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니 암호화폐 거래를 유사수신행위로 분류하고 거래소를 통신판매업자로 분류해 단속하고 있는 수준이다.
현재 암호화폐와 관련한 법 규정은 지난달 25일 시행된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 이용 및 보고에 관한 법률)이 유일하다. 특금법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지침에 따라 암호화폐거래소에 자금세탁 방지의무를 지운 수준이다. 특금법에 따라 FIU에 신고한 거래소만 영업이 가능해진다. 신고 조건으로는 이용자의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위한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은행과 계약을 맺어야 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도 받아야 한다.
현재 100여개로 추산되고 있는 거래소 중 은행과 계약을 하고 거래소 계좌를 은행 실명계좌와 연동해 이용자에게 현금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4곳에 불과하다. 그 외 고팍스 정도가 BNK부산은행 등과 실명계좌 발급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거래소 대부분은 ‘벌집계좌’로 불리는 법인계좌로 투자자의 입출금을 관리해 투자자 자금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은행 대부분이 거래소와의 제휴에 몸을 사리고 있어 실명계좌 발급에 실패해 폐업하는 거래소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금법만으로는 투자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 정부가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이나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 관련 법규도 없어 위변조가 발생해도 이를 처벌할 마땅한 법적 근거도 없는 상태다. 정부는 암호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볼지에 대해 결정도 내리지 않은 채 내년부터 기타 소득으로 간주하고 과세(양도소득세)부터 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일본·캐나다 등에서 암호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하고 암호화폐 선물이나 상장지수펀드도 출시하고 정부 규제 아래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암호화폐의 실체 인정과 관련 입법이 시급하다. 금융자산으로 인정되면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할 때 금융당국에 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심사를 받아야 하고 당국의 심사를 통과한 암호화폐만 상장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자자 보호가 한층 강화될 것이다. 시세가 급등락할 경우에는 외환시장처럼 구두개입이나 증권시장처럼 상하한가 설정과 사이드카 발동도 가능해지는 등 시장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