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놓고 또다시 내홍을 겪고 있다.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를 분열시킨 ‘탄핵의 강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탄핵 무효를 더 이상 외치지 말자는 ‘탄핵의 강 건너기’ 주장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논란을 재점화한 이는 옛 친박(친박근혜)계 서병수 의원이다. 서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저를 포함한 많은 국민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며 “과연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는지 보통 상식을 가진 저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21일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하면서 사면론 띄우기가 적절했는지를 놓고 이견이 분출하고 있다.
하지만 초선 의원과 당내 청년들은 ‘도로 자유한국당’이 돼서는 안 된다며 사면론 언급을 비판했다. 김재섭 비대위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재보궐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 겨우 지나서 사면론을 꺼내니 주변에서 당신들은 역시나 또 과거로 돌아가려 한다는 쓴소리를 많이 한다”며 “당 전반에 흐르는 정서가 사면 찬성론이 우세한 것은 맞지만, 초선이나 쇄신을 하려는 의원들은 사면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비대위 회의에선 “그 어떤 국민도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하지 않았다”며 “전직 대통령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한 지 고작 5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이러니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는 소릴 듣는다”고 꼬집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형량 문제는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탄핵은 정당했다는 게 제 공식 입장”이라며 “임기 말이 되면 문 대통령이 국민통합에 대한 메시지를 낼 때가 올 텐데 야당이 그것을 먼저 꺼내는 건 전술적 실패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보수 야당은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놓고 지난 몇 년간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자유한국당과 유승민 전 의원이 이끈 새로운보수당은 4월 총선을 앞두고 통합을 추진하면서 ‘탄핵의 강을 건너느냐’를 놓고 충돌했다. 총선 참패 이후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고도 이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단행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떠나자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로 또다시 당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