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 영상물이 해외 음란사이트 등에 유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나체 등의 모습이 담이 이 영상에는 피해자의 이름과 직업 등도 노출돼 ‘2차 피해’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런 불법 영상은 온라인에서 개당 1~2만원 정도에 팔려나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MBC는 SNS에서 판매·유통 중인 영상 리스트 중 일부를 입수했다.
보도에 따르면 약 1000여 개의 리스트에는 불법 촬영된 영상 일부를 캡처해 ‘미리 보기’ 형태로 작성돼 있었다.
판매자는 피해 남성의 얼굴과 나체 모습이 포함된 사진을 보여준 뒤 구매를 유도했다.
문제의 이 리스트에는 음란 채팅을 하는 남성들이 특정 신체 부위를 노출하고 있다. 일부는 우스꽝스러운 얼굴 모양을 취하는 모습도 있다.
MBC는 “영상통화를 하며 엽기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녹화하는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른바 ‘몸캠 피싱’을 당했다는 것이다. 몸캠 피싱은 영상통화를 하며 음란한 자세나 신체를 노출하는 등의 모습을 몰래 촬영한 영상물이다. 이같은 피해는 주로 여성들이 당해 사회 문제시됐지만 최근에는 남성도 표적이 돼 유사한 피해를 본 것이다.
이같은 피해는 피해 남성들이 해외 음란사이트를 검색해 밝혀진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남성들은 자신들이 했던 자세와 행동을 취한 영상을 음란사이트에서 발견했다.
얼굴은 물론 신상정보가 담긴 영상이 인터넷 공간에서 확산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영상을 봤을지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 피해 남성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어서 더 두려웠다”고 말한다.
특히 영상 속 남성들은 모두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고 심지어 교복을 입고 있는 미성년자,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 공무원과 무용수까지 신분을 유추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전해졌다.
이 중 일부는 촬영에 동의한 듯한 영상도 있었지만 얼굴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을 유포하고 판매하는 행위까지 동의한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영상을 구매한 적이 있다는 A씨는 “한 영상에서는 남성이 영상통화 중 자신의 이름과 함께 출신 대학, 학과를 소개했다”고 말했다.
MBC가 언급된 대학교 홈페이지를 검색해보니 해당 학과에 피해자가 실제 재학 중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판매자는 불법 촬영한 영상을 판매하기 위해 비정기적으로 SNS 계정을 만들어 홍보했다.
구매를 희망하는 경우 구매자의 신분증을 제출하고 영상통화를 하도록 해 신원을 확인해 단속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수입이 줄어들자 최근에는 구매자의 신분증과 얼굴 사진을 영상에 덧입혀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영상의 재판매를 막는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내 영상이 언제 퍼질지, 이미 얼마나 퍼졌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한편 피해자 중 한 명은 앞선 21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는 진정을 제출했다. 경찰은 조만간 피해자 조사 등 수사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는 “피해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을 영상 속 남성 수천 명을 위해서라도 빠른 검거와 함께 영상 유포 차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