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코올 맥주 마셔도 되나요?”, “머리가 엉망인데 염색해도 될까요?”, “백일해 주사는 꼭 맞아야 하나요?”
임신부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엄마의 행동이 아이의 건강과 발달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가끔 “너무 민감한가”라는 의구심도 든다. 그러나 전문의에게 직접 “괜찮다”는 확답을 받아야 안심되는 게 엄마 마음인데, 궁금한 것마다 병원에서 일일이 물어보기는 너무 사소한 것 같아 망설여지고, 그렇다고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만 믿기엔 애매하다.
이럴 때, 한번 경험해봐서 그 마음을 잘 아는 ‘엄마 의사’들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증이 든다.
강남차여성병원 산부인과 한유정, 조희영, 김수현 교수의 ‘엄마 수다’를 통해 마음 편하게 하는 산전 관리방법을 들어봤다.
◆늘어나는 고령 산모
-고령과 쌍둥이 산모는 더 신경써야 하나요?
- 백일해 주사 꼭 맞아야 하나요?
김 : 당연히 맞는 게 좋다. 산부인과학회에서도 원래 백일해 맞으라고 권한다. 엄마, 아빠 맞으면 좋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옵션이다. 임신부가 임신 중에 접종을 하면 아기가 엄마가 만든 항체를 받아서 태어나고, 아기와 접촉하는 가족이 접종을 하게 되면 가족으로부터 아기에게 전염되는 확률을 확연하게 줄일 수 있다. 출산 2주 전에는 맞는 것이 좋다. 만 1세 이하의 영아가 백일해에 걸리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조 : Tdap백신은 백일해, 디프테리아, 파상풍 3가지 질환을 예방하는 백신인데, 임신 27∼36주에 접종 권장된다. 임신중 Tdap백신을 맞아 항체를 아기에게 전달해서 백일해를 예방해 주기 위함이다. 신생아는 태어나서 3개월까지가 백일해에 가장 위험한 시기인데, 신생아가 태어나서 백일해 예방을 위해 예방주사를 맞기 시작하는 시기는 2개월부터다.
◆어디까지가 적정이죠?
-언제까지 일하고 출산휴가 써야 하나요?
한 : 저는 오전까지 일하다가 양수 터져서 분만했다. 10년 넘은 일이긴 하다.(웃음)
김 : 새벽에 진통이 왔는데 일하고 분만실에 가야 하나 고민했다. 진통은 갑자기 올 수 있는데 인수인계 문제 등이 있으니 38주 정도에 분만휴가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조 : 산모들에게 일할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일하라고 한다. 후반에 갑자기 쉬게 되면 운동량이 확 줄어서 아기 몸무게도 늘고 분만이 힘든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저도 오후 5시까지 일하고 배가 아파서 올라가서 8시에 아기 낳았다.(웃음)
한 : 서서 일하고, 계속 앉아서 일해서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분에게도 끝까지, 아주 끝까지 하라고 말씀하시나.(웃음)
조 : (웃음) 끝까지 하되, 강도는 줄여야 한다고 한다. 오래 앉아 일하는 사람들은 스마트워치 등 알람 설정해서 한 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 다녀오거나 일어나라고 한다. 오래 서 있는 분들은 붓기에도 도움되니 압박스타킹을 쓰라고 권한다.
◆이거 해도 되나요?
- 회 먹어도 되나요?
한 : 참 많이 하는 질문이다. 팥빙수, 꿀, 식혜 등 예상치 않은 음식들에 대한 질문들이 나온다. 왼쪽 옆으로 누워서 자야 하냐는 질문도 한다. 그럴 필요 없다고 말은 하는데…. 저런 질문 받으면 저는 누가 먹지 말라고 했냐고 물어본다. 술, 담배 빼고는 먹는 것은 크게 제한하지 않는다. 회는 수은, 중금속, 기생충 때문에 걱정하는데 저는 참치 한 마리 먹을 거 아니면 괜찮다고 말한다. 대신 깨끗한 데서 먹으라고 한다.
조 : 저는 회나 육회는 조심하라고 얘기한다. 음식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임신 초기에는 해결이 어려우니 좋은 곳에, 깨끗한 곳에 가서 최상급으로 먹으라고 권한다.
-커피, 끊어야 하나요?
한 : 저 임신 때 커피 마시긴 했다. 커피가 금기 음식은 아니다. 카페인이 기형을 유발하진 않는다. 대신 태아가 작은 경우에는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카페인 끊으라고 한다.
조 : 커피 못 마셔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는 하루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 마셔도 된다고 말한다.
김 : 저도 커피를 좋아해서 마시긴 했지만, 임신 초기에는 좋아해도 참았다.
-술이 너무 마시고 싶어요. 무알코올 맥주 마셔도 되나요?
한 : 제가 엄격하게 금기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알코올과 담배는 다 독성물질로 금기다. 무알코올이라고 돼 있지만 조금씩 함유돼 있다. 수유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끊는 게 맞다.
-임신 중 파마·염색해도 되나요?
조 : 특히 염색은 하지 말라고 권한다. 염색약이 두피로 많이 흡수되고 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제가 하지 말라는 게 별로 없는데 염색은 하지 말라고 한다.
김 : 임신 중에 파마 염색 때문에 문제가 됐다고 하는 경우는 근거가 부족하지만 화학약품이니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자제하는 게 좋다.
한 : 산모에게 금기는 아니지만 좋을 건 없다고 애매하게 대답한다. 다만 새치 때문에 스트레스로 여름에도 모자 쓰고 오는 경우 있는데 그 정도 스트레스라면 하라고 한다.
-여행가도 되나요?
조 : 장시간 차 탈 때는 중간에 휴게소에서 쉬어주는 게 좋다. 산모들에게 제주도 가면 제발 올레길은 가지 말라고 한다. 올레길에서 많이 걷고 배아프다고 병원에 온다.
한 : 저는 제주도 가는 분에게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한다. 맛있는 거 먹고 몸무게 3∼4㎏ 쪄서 오는 경우가 있다.
김 : 조산기 없고 문제 없으면 비행기 타도 된다. 막달에는 진통 오면 안 되니 비행기는 36주 이전에 타야 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