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0년 6월 영국은 48척의 군함으로 아편전쟁을 광동성 주강지역에서 일으켰다. 미·중의 첫 군수거래로 구입한 ‘체사피크’ 군함은 기량도 발휘 못하고 폭파당했다. 중국이 이를 제대로 운항하는 것은 물론 장착된 대포의 사용법도 몰랐다. 전쟁 전 임칙서는 미국과의 동맹을 모색했다.
임칙서는 자신이 내린 추방령에 영국인이 순응한 것에 불길함을 느꼈다. 그래선지 아편 화형식이 끝난 후 킹과 브리지먼에게 이를 물어보면서 지도와 다른 정보 등을 요청했다. 이들은 영국 해군력을 브리핑해 줬다. 임칙서는 이에 잠시 놀랐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참담한 결과에 도광제 황제는 서구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는 취지에 명을 내렸다. 이는 당시 복건성 총독 서계여(徐继畬)에게 서양 ‘야만인’에 관한 정보 정리였다. 1850년에 ‘영환지략’(瀛寰志略)이 출판됐다. 그의 서구 지도, 문화, 정치, 사회와 역사 등에 관한 정보원은 미국 선교사 데이비드 아빌(David Abeel)이었다.
이 서적에서 미국에 대한 호감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미국의 독립전쟁 승리와 미국 대통령의 임기제에 경의를 표했다. 대통령제는 납득이 안 됐으나 민주주의가 중국이 미국에 제일 부러워하는 부와 힘의 원천임을 수긍했다. 중국 선각자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