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 정상들이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 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사태가 해결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세안 정상들은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폭력 즉각 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아세안 의장이 특사로서 사무총장 도움을 받아 대화 중재 △인도적 지원 제공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이란 5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윈 민 대통령 등 군정이 정치범으로 낙인찍고 구금한 사람들의 석방은 합의문에 포함되지 못했다.
미얀마 사태에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온 싱가포르의 리셴룽 총리는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우리) 얘기를 잘 들었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면서도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미얀마 민주 진영으로 꾸려진 국민통합정부(NUG)도 성명을 내고 “우리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회복하기 위해 아세안이 단호한 후속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미얀마 내부에선 민간인 748명 사망에 대한 군부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미얀마인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아세안 성명은 군에 학대당하고 살해된 사람들의 뺨을 때린 것”이라며 “우리는 당신들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날도 미얀마에선 유혈사태가 이어졌다. 미얀마 현지 언론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만달레이의 찬미야타지란 마을에서 군경이 오토바이 운전자들을 검문하자 한 청년이 주의를 분산하기 위해 타이어에 불을 질렀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
한 목격자는 “청년은 총을 맞고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들(군경)은 ‘불을 지르고 싶냐’고 물으며 그를 계속 때렸다”며 “그들은 청년을 차로 데려갔고 도로 위의 피를 씻어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인근 마하 아웅미아이 마을에선 반쿠데타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20세 청년이 총상을 입었다. 그는 시위대가 아니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