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이 28일 “김수환 추기경이 아버지였다면 정진석 추기경은 어머니였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정진석 추기경의 선종미사에서 정 추기경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가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염 추기경은 “정 추기경은 어머니같이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고 우리를 품어주시고 어떤 희생도 마다치 않는 분이셨다”고 덧붙였다. 이날 추모미사는 서울대교구장 염 추기경 주례로 봉헌됐다.
염 추기경은 정 추기경에 대해 “항상 신자들의 큰 사목자로서 우리 사회의 어른으로서 교회의 큰 발걸음을 남기셨다”며 “단순히 말이 아니라 당신의 몸과 마음 전체로 고귀한 가르침을 실제로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또 “깊은 영성과 높은 학식과 드높고 고귀한 인격을 소유한 사제 중의 사제였다”며 “겉으로는 엄격하게 보이지만 실제론 소탈하면서 겸손하신 정 추기경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이 우리들의 마음을 슬프고 안타깝게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선종미사는 주교들과 명동성당 사제, 교계 취재진 등 제한된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거행됐다. 명동성당에는 정 추기경의 모토인 ‘옴니버스 옴니아(Omnibus Omnia)’,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주겠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정 추기경의 시신은 선종미사 동안 명동성당 대성당에 마련된 투명 유리관에 안치됐다. 일반 사제의 경우 지하 성당에 안치되지만, 천주교 예규에 추기경은 성당 대성전에 안치하는 의례에 따른 것이다.
정 추기경은 이날 오후 10시15분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했다. 지난 2월21일 심각한 통증으로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고, 한때 병세가 호전됐지만 입원 두달여만에 세상을 떠났다. 정 추기경은 건강 악화로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기 전 마지막 말로 평소와 같이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게 사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교구장으로 치러지는 정 추기경 장례는 주교좌성당인 명동대성당에서 5월1일까지 5일장으로 거행될 예정이다. 조문은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한 가운데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할 수 있다. 신자를 포함한 일반 시민은 장례 나흘째인 30일 정 추기경 시신이 정식 관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유리관에 안치된 시신 가까이서 마지막 인사를 올릴 수 있다.
장례 마지막 날인 5월1일엔 오전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염 추기경 주례로 장례미사가 거행된다. 미사가 끝나면 고인의 시신은 명동성당을 떠나 장지인 경기 용인 성직자묘역에 안장된다. 이곳에는 2009년 선종한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한국인 첫 대주교 노기남 바오로 대주교 등의 묘가 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