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후 서울시 25개 자치구 구청장들과 처음 갖는 정기회의에서 현행 공시가 6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인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9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서울시 자치구청장 중 유일한 야당 소속인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28일 오전 비대면으로 진행된 서울시구청장협의회 회의에 참석해 “온 국민이 부동산 우울증에 빠져 있고 지속적인 집값 상승과 세금 부담으로 시민들의 삶은 팍팍하고 힘들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당적은 달라도 시민들을 위한 마음은 같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한 배를 탄 원팀으로 시와 구가 함께 상생행정을 펼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구청장들에 “재산세 경감방안, 생활치료센터 운영, 백신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협조를 부탁 드리겠다”며 “마찬가지로 각 자치구의 요청사항에도 서울시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고 반영하겠다”고 제안했다. 오 시장의 재산세 경감 방안 요청에 구청장들은 “세수가 줄어드는 부분에 대한 보존방안이 필요하고 추후 따로 논의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재산세 감면을 먼저 추진한 조 구청장은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구청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그동안 유일한 야당구청장인 제 입장에서는 24개 민주당 구청장 한가운데에 우리당 출신 서울시장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남다른 감회를 느꼈다”며 “작년부터 외롭게 9억원 이하 재산세 감경을 외쳐왔던 저로서는 무엇보다 서울시가 먼저 나서서 재산세 감경 방안을 제안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고통 받는 시민을 위한 행정보다는 정치에 휘둘렸던 서울시가 제 모습을 찾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적었다.
조 구청장은 오 시장에 서울시가 서초구의 재산세 감경 조례안이 지방세법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소송을 취하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앞서 서초구는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 중 자치구 몫 50%를 감경하는 조례안을 공포했지만 서울시가 해당 조례는 상위법에 위배된다는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됐다.
조 구청장은 “이미 민주당이 현행 6억원까지인 1주택자의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9억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다음달에 입법 완료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서울시가 재산세 부담을 완화하고 과세표준 조정 필요성을 제기한 만큼 소송의 필요성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