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백신 접종자는 대규모 군중이 모이지 않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확대되자 마스크 착용 지침을 완화한 것이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새 마스크 착용 지침을 발표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낯선 사람들이 있는 대규모 군중 속에 있지 않을 때에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 소규모 실외 모임에서는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 섞여 있더라도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실외 식당에서 한 가족 이상으로 구성된 친구들과 식사를 할 때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백신 접종 완료자는 보육시설이나 요양시설, 기숙사처럼 공동생활을 하는 환경에서 일하거나 살더라도 코로나19 감염자·감염 의심자에 노출됐을 때 14일간 격리할 필요가 없다고 CDC는 덧붙였다. 이번 지침은 ‘실외에서도 다른 사람과 6피트(약 1.8)의 거리를 둘 수 없을 때는 마스크를 쓰라’는 기존 지침을 완화한 것이다.
CDC는 또 백신을 맞지 않았더라도 혼자서, 또는 가족과 함께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기를 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했다. CDC는 다만 콘서트나 행진, 스포츠 경기 등 실외 행사, 미용실·이발소·쇼핑몰·영화관·박물관·교회 등 실내 공공장소에서는 여전히 백신 접종 여부에 관계 없이 누구나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더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고 감염자가 줄어들면 지침을 추가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성인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 이상 접종하고, 3분의 1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무리했다. 앨라배마대학의 전염병 전문가 마이클 새그 박사는 “이는 자유의 복귀”라며 “우리가 정상적인 활동을 다시 할 수 있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운영이 중단된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도 산하 8개 전시시설의 문을 다음달부터 다시 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이틀 앞둔 이날 백악관 연설 후 마스크를 벗고 퇴장했다. 코로나19 국면에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기자회견이나 정상회담 등 공식석상에 마스크를 쓴 채 등장했고, 연설이나 회담이 끝난 뒤 반드시 마스크를 다시 착용했다. 미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석 달여 만에 정상적인 생활의 일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굉장한 진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아직도 이 싸움에서 갈 길이 멀고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가려면 5월과 6월에 할 일이 많지만 우리는 미국 국민, 여러분 덕분에 굉장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주에 우리를 7월 4일로 이끌어줄 코로나19 대응의 경로를 제시할 것”이라면서 “미국에서의 삶을 정상에 가깝게 이끌 목표 날짜”라고 강조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면제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제안된 지식재산권 면제를 지지하는 등 전 세계에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백신 생산·공급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재권 적용을 중단해 개발도상국 등이 이를 공유해 대유행 퇴치에 나설지, 미국 내 백신 생산량을 늘려 이를 다른 나라와 공유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