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 온 이건희 회장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입니다.”
28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 60% 이상이 상속세 납부와 의료공헌, 미술품 기증 등을 통해 사회로 환원된다는 사실을 유족을 대신해 전한 삼성전자 관계자가 이같이 말했다.
당시 취임사에서 이 회장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지금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이후 이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도 “죽어서 입고 가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고 사회환원 의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생전에도 이 회장은 수시로 사회와의 상생철학을 역설하며 여러 사회공헌 사업을 펼쳤다. 한국의 의료·병원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로 1994년 삼성서울병원이 설립됐고, 리움미술관도 문화유산을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한다는 고인의 뜻에서 출발했다.
이 회장은 부모 없이 길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을 목격하고 1989년 천마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이외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삼성호암상 등 삼성이 전개하는 학문 지원사업도 모두 이 회장의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회장은 “사회적 요구에 관심을 갖고 사회와 더불어 발전하는 것이 기업의 또 다른 책임이다. 저는 이것을 기업의 ‘보이지 않는 책임’이라고 여기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생전에 이처럼 사회환원 철학이 각별했던 이 회장이 사후에도 한국 사회에 ‘위대한 유산’을 남기고 떠났다고 추모했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치열한 삶을 통해 거둔 거대한 업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말했다.
‘초일류’ 경영으로 삼성을 일궈 대한민국 경제 도약을 주도한 이 회장이 다시 세계 최대 규모의 상속세와 기부를 통해 마지막 사회공헌을 실천한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특히 이 회장이 남기고 떠난 유산은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그리는 ‘뉴 삼성’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역시 이 회장의 뜻을 계승해 사회 상생·공헌을 경영 전반에서 강조하고 있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과 유족이 앞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이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삼성전자 등 관계사들도 다양한 사회공헌을 통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이념을 실천하고 ‘뉴 삼성’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