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별세한 이건희(사진)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최소 12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상속세 납부 계획을 포함한 역대급 사회환원 계획을 28일 공개했다.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뒤 회사를 약 700배 가까운 규모로 불린 이 회장이 사후에도 한국 사회와 국민에게 길이 기억될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이 회장의 상속인들은 이런 내용을 담은 사회환원 내용을 삼성전자를 통해 공개했다.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린 2만3000점에 달하는 미술품은 국립미술관 등에 기증된다. 미술계에서는 이 회장의 미술품이 감정가로 2조∼3조원에 이르며, 시가로는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이렇게 이 회장 재산의 60% 정도가 세금, 기부 등으로 사회에 환원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최소 15조원 이상의 사회환원 효과가 기대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초일류’ 경영으로 삼성을 글로벌 ‘톱’ 반열에 올려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기여한 이 회장이 다시 상속세 납부와 기부를 통해 각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1987년 그룹 회장 취임 당시 1조원이었던 회사 시가 총액을 별세 당시 682조원까지 끌어올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일군 데 이은 또 다른 ‘보국(報國)’을 실천했다”고 말했다. 유족들도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고인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해서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에서도 삼성 일가의 막대한 상속세와 사회환원 규모에 주목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발표된 상속 내용, 미술품 기증 계획을 상세히 소개하고, 삼성 일가가 ‘사상 세계 최대 규모의 상속세 중 하나’를 낼 계획이라고 해설했다. 프랑스 AFP통신은 관련 기사에서 “한국은 엄격한 상속세법과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일가에 무거운 과세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나기천·남혜정·이진경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