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마지막 보국’… 재산 60% 사회환원

삼성, 역대급 납부계획 공개

상속세 12조… 세계 최대 규모
미술품 2만3000점도 기증키로
환원 규모 최소 15조 달할 듯
재계 “노블레스 오블리주 모범”

지난해 10월 별세한 이건희(사진)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최소 12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상속세 납부 계획을 포함한 역대급 사회환원 계획을 28일 공개했다.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뒤 회사를 약 700배 가까운 규모로 불린 이 회장이 사후에도 한국 사회와 국민에게 길이 기억될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이 회장의 상속인들은 이런 내용을 담은 사회환원 내용을 삼성전자를 통해 공개했다.



우선 유족이 납부할 상속세는 12조원 이상으로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고액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간 국세청이 거둔 상속세 총액 10조6000억원보다도 많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유족은 이 회장의 사재 1조원을 출연해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하고,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이 회장이 2008년 특검의 비자금 수사 당시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는 계획을 밝힌 지 13년 만에 유족이 사회에 환원하는 의미도 지닌다.

이 가운데 감염병 대응을 위한 7000억원을 전달받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국립중앙의료원은 “기부금이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위기 대응 역량 구축이라는 목적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며 반겼다.

이건희 컬렉션 국민 품으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28일 현대사상 최대 규모의 미술품 ‘이건희 컬렉션’을 28일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그중에서도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귀한 역사의 유산으로 평가받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삼성 제공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린 2만3000점에 달하는 미술품은 국립미술관 등에 기증된다. 미술계에서는 이 회장의 미술품이 감정가로 2조∼3조원에 이르며, 시가로는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이렇게 이 회장 재산의 60% 정도가 세금, 기부 등으로 사회에 환원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최소 15조원 이상의 사회환원 효과가 기대된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28일 현대사상 최대 규모의 미술품 ‘이건희 컬렉션’을 28일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그중에서도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귀한 역사의 유산으로 평가받는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삼성 제공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28일 현대사상 최대 규모의 미술품 ‘이건희 컬렉션’을 28일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그중에서도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귀한 역사의 유산으로 평가받는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삼성 제공

이를 두고 재계에선 ‘초일류’ 경영으로 삼성을 글로벌 ‘톱’ 반열에 올려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기여한 이 회장이 다시 상속세 납부와 기부를 통해 각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1987년 그룹 회장 취임 당시 1조원이었던 회사 시가 총액을 별세 당시 682조원까지 끌어올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일군 데 이은 또 다른 ‘보국(報國)’을 실천했다”고 말했다. 유족들도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고인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해서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에서도 삼성 일가의 막대한 상속세와 사회환원 규모에 주목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발표된 상속 내용, 미술품 기증 계획을 상세히 소개하고, 삼성 일가가 ‘사상 세계 최대 규모의 상속세 중 하나’를 낼 계획이라고 해설했다. 프랑스 AFP통신은 관련 기사에서 “한국은 엄격한 상속세법과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일가에 무거운 과세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나기천·남혜정·이진경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