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과도한 부담 경영권 위협 우려 세율 인하·자본이득세로 전환 주장 홍남기 “현시점 완화 계획 없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세계 최고 부자가 아니었는데도 유족이 12조원을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를 내게 됨에 따라 재계에서는 ‘징벌적 상속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회장이 남긴 재산은 약 26조원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 지분 약 19조원, 미술품 감정 평가액 약 3조원, 부동산과 현금 약 4조원 등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속 재산이 30억원을 넘을 경우 상속세 최고세율이 50%가 적용된다. 주식은 고인이 최대주주인 경우 평가액의 20%를 할증하고, 자진신고 공제율 3%를 차례로 적용하면 실효세율은 58.2%가 적용된다.
재계에서는 기업에 대한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기업 경영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기업승계 시 과도한 상속세 부과의 문제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2위이지만, 기업승계 시 주식가치에 최대주주 할증(20% 할증)이 적용되면, 최고세율 60%를 적용받아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실효세율 기준으로 상속세 최고세율은 미국 39.9%, 독일 30%, 영국 20%, 캐나다 16.5% 등이다. 호주와 스웨덴은 자본이득세 체계를 적용하고 있어 상속세가 사실상 없다. 자본이득세란 상속 시 과세하지 않고, 상속받은 자산을 처분할 때 피상속인(사망자)과 상속인 보유기간의 자본이득을 합산해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제도다.
한경연은 “기업승계 시 징벌적인 상속세 부담으로 상속 재산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불확실해져 기업가 정신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상속세율을 인하하거나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는 상속세 완화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홍 부총리는 “여러 경로를 통해 ‘상속세가 좀 무거운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접하고 있는데, 지금 시점에서 별도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