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세상을 떠나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일가는 어제 약 26조원에 이르는 이 회장 재산 중 6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족들은 감염병 퇴치와 소아암·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1조원을 기부하고 10조원 이상의 가치로 추정되는 문화재·미술품을 국립기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기증 대상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이중섭의 ‘황소’,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등 수많은 걸작이 포함됐다. 문화·예술계에서 ‘미술관 역사를 새롭게 쓰는 쾌거’라는 찬사가 나온다. 삼성전자를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키운 거인답게 통 큰 사회환원이다.
이 회장은 생전에 기회 있을 때마다 기업이 쌓은 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30여년 전 회장 취임 때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지금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때 차명재산이 드러나자 “실명 전환 후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돈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도 의료사업 기부로 지켰다. 이 회장은 “죽어서 입고 가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그의 사업보국 정신이 재계에 널리 퍼져 기업 기부문화가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