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 소득에 과세?… “세금 걷으려 혈안” 코인 민심 요동

2022년 1월부터 암호화폐 소득 ‘기타소득’으로 분류
연소득 250만원 넘으면 20% 세율로 분리 과세 규정
전문가 "해외처럼 투자자 보호 방안 마련 후 과세해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벌어들인 소득의 약 20%를 세금으로 내는 소득세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이른바 ‘코인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며 예정대로 내년부터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를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은 ‘과세는 시기상조’라며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둔만큼 정치권이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시점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홍남기·은성수 “가상화폐는 화폐 아냐… 과세는 불가피”

 

정부는 시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과세를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 예정인 소득세법 개정안은 암호화폐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연 250만원을 넘으면 20% 세율로 분리 과세하도록 규정했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실제 세율은 22%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상자산을 거래하면서 자산,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 형평상 과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술품을 거래해서 이득이 나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가상자산을 거래하며 생긴 소득에 대해 과세가 있는 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년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잘못됐다고 어른들이 얘기해 줘야 한다”고 암호화폐 시장 ‘큰 손’인 2030세대의 코인 투자 열풍을 겨냥했다. 26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4분기 국내 4대 거래소 신규 가입자 중 63.5%(158만4000명, 전체 신규 가입자 249만5000명)가 2030세대다. 5명 중 3명은 2030세대인 셈이다. 

◆“깡패도 자리 보존은 해줘” 은성수 위원장 사퇴 청원 14만 넘겨

 

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화폐로 인정도 안 하면서 정부가 세금만 뜯어가려 한다”며 청년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은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재 5일 만인 28일 오후 4시 기준 동의 수 14만명을 넘어섰다.

 

자신을 대한민국의 30대 평범한 직장인이라 밝힌 청원인은 글에서 “금융위원장도 부동산으로 자산을 많이 불리시지 않았느냐”고 꼬집으며 “어른들은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불려놓고는 가상화폐는 투기니 그만둬야 한다고 한다. 국민의 생존이 달린 주택은 투기 대상으로 괜찮고 코인은 투기로 부적절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깡패도 자리를 보존해 준다는 명목 하에 자릿세를 뜯어간다”며 “하지만 (암호화폐) 투자자는 보호해줄 근거가 없다면서 돈은 벌었으니 세금을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일침했다.

 

◆“정부 과세 방침 즉각 수정해야” 민주당도 정부 저격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에 표를 주지 않았던 2030세대들의 반감이 거세자 더불어민주당도 정부 저격에 힘을 보내고 있다. 집값 폭등으로 가뜩이나 청년들의 분노가 큰 상황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까지 강화하는 것은 대선 정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암호화폐는 로또가 아니라 주식에 가깝다”며 정부의 과세 방침을 즉각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과세 시기를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 시기인 2023년으로 미루고 공제 기준도 다른 금융소득과 합쳐 5000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도 28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은 위원장의) 그 표현 방법은 저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하고 있는 다른 나라는 가상자산을 보호하고 규제하는 법적 테두리가 있다. 이런 것들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부터 과세하겠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6500만원대로 회복한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전문가 “투자자 보호부터 하고 과세해야”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적극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과세를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고 관측했다. 앞서 기재부가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려다 동학 개미들의 반대에 철회한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대학원 교수 겸 사기방지연구회 부회장은 28일 “현재 소위 ‘리딩방’ 등에서 투자금 편취, 대리 투자, 허위 사이트 개설 등 여러 불법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그러면서 “투자자 보호 정책을 먼저 명확히 만들고 난 다음 그 정책에 따라 문제점이 있으면 규제정책을 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시장의 반발이 큰 것”이라며 “특히 ‘내 집 마련’ 등이 어려워진 청년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강하게 느끼고 있다. 우선 정부가 해외처럼 이중 삼중으로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한 후 과세에 대한 합리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