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맨체스터시티(맨시티)와 파리 생제르맹(PSG)의 2020~2021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 1차전은 세계 축구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판이다. 21세기 들어 유럽축구를 잠식하기 시작한 중동계 '오일머니'가 마침내 꿈의 무대인 UCL 의 결승 진출을 두고 맞붙은 것. 아랍에미리트공화국(UAE) 자본이 소유한 맨시티가 2015~2016시즌 4강에 진출한 적이 있고, 카타르계 자금으로 움직이는 PSG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단일 지역에서 단판승부로 열린 지난해 대회에서 결승까지 올랐지만 이들 팀들간의 4강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일 4강에서 승리한 팀이 결승까지 제패하면 비로소 '오일머니 시대'가 완성된다.
이런 두 팀의 승부에서 맨시티가 일단 먼저 웃었다. 맨시티는 이날 경기에서 PSG에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규리그과 잉글랜드 리그컵, UCL까지 ‘트레블’을 노리는 맨시티는 이날 원정에서 승리를 챙기며 결승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두 팀의 2차전은 다음달 5일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맨시티의 시작은 불안했다. 전반 15분 앙헬 디마리아의 코너킥을 마르퀴뇨스가 헤딩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내줬다. 여기에 전반적인 기세에서도 PSG에 밀리며 불안하게 전반을 보냈다.
그러나 후반 들어 맨시티가 살아났다. 후반 19분 케빈 더브라위너의 오버헤드킥이 골대를 살짝 넘겨 아쉬움을 삼켰으나, 3분 뒤 더브라위너가 올린 크로스가 그대로 골망을 흔들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26분에는 역전 결승골까지 뽑아냈다. 리야드 마흐레즈가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찬 프리킥이 PSG의 수비벽 사이를 뚫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날 승리로 맨시티는 올 시즌 UCL 10승(1무)을 기록했다. UCL이 32팀이 나서는 현재 대회 방식을 도입한 2003~2004시즌이후 잉글랜드 팀이 단일 시즌 10승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맨시티는 그동안 매 시즌 천문학적 이적료로 스타선수들을 모았고, 지난 2016년 FC바르셀로나를 유럽 정상으로 이끈 펩 과르디올라 감독까지 영입했지만 UCL에서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 시즌은 예년과 전혀 다른 모습 속에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르며 ‘유럽제패’를 진지하게 꿈꿀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