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맹국임에도 중국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홍콩 문제 등 인권침해를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유럽연합(EU) 의회에서도 중국의 인권탄압과 제재 등을 문제 삼아 중국과 체결하기로 합의한 투자협정 시행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중국 외교부와 독일 총리실 등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는 전날 메르켈 총리와의 ‘제6차 중국·독일 정부 협상’ 화상회의에서 “양국 간 협력을 통해 세계경제 회복을 촉진하자”며 “단결과 협력을 해야만 각국은 인류가 직면한 전염병과 전쟁에서 함께 승리할 수 있으며 세계경제 회복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메르켈 총리는 중국·EU 투자협정과 관련해선 “앞으로 중국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투명하게 하고, 시장 접근권을 확대하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 같은 메르켈 총리의 기대와 달리 EU의회는 중국의 인권 문제 등으로 인해 투자협정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투자협정은 EU 의회 표결을 통과해야만 시행될 수 있다.
28일(현지시간) 30여명의 EU의회 의원들은 중국이 최근 EU의원과 싱크탱크 등에 부과한 제재조치를 비판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고 EU와 중국 투자협정 시행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모렐 EU의원은 “EU가 단순한 슈퍼마켓이 아니라 원칙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면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투자협정을 거부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베른드 랭 EU의회 국제통상위원회 의장은 “투자협정이 냉각 상태로 머물 것이 명백하다”고 비관적 전망을 했다. 중국의 EU 제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헝가리 카탈린 체흐 의원은 “제재가 해제될 때까지 투자협정이 테이블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정부의 고강도 제재 영향으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매출이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경제 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1분기 매출이 1500억5700만위안(약 25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6.9% 감소했다. 작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1.4% 감소한 데 이어 연속으로 줄어든 것이다. 매출은 줄었지만 6000억달러 규모의 특허 사용료 수입 등으로 1분기 순이익은 168억4700만위안으로 작년 동기보다 26.6% 늘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