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9일 자당 박광온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내정하면서 정국 경색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4·7 재보선을 통해 드러난 성난 민심을 민주당이 무시하고 또다시 일방 독주하는 행태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날 새 법사위원장에 정무위 소속 3선 박광온 의원을 내정했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선수와 나이를 고려해 박 의원에게 법사위원장직을 제안했고 박 의원이 지난 28일 밤늦게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력한 법사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정청래 의원에게는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에게 따로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4·7 재보선에서 민주당 일방 독주에 민심의 철퇴가 내려진 만큼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21대 원구성 협상 때 국회의장은 집권여당,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으로 배분했던 관례를 깨고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이후 ‘임대차 3법’ 등 쟁점 법안이 국회에서 속전속결 처리됐다.
국민의힘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4·7 재보선에서 민심이 떠난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며 “174석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법사위원장을 함부로 뽑는다면 국민의 매는 점점 쌓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배준영 대변인은 통화에서 “민주당이 또다시 밀어붙이기를 반복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며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본회의에 참여할지 여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본회의에 법사위원장 선출 안건을 올려 찬반 투표를 강행할 예정이었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협의를 요구하면서 5월 첫 본회의에서 선출하기로 했다.
이현미·곽은산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