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주택 공급 대책의 핵심인 2·4대책 물량 절반가량에 달하는 수도권 신규택지 입지 발표가 당초 이번달에서 하반기로 전격 연기됐다. 광명시흥신도시에서 불거진 땅 투기 의혹처럼 신규 택지 후보지에서도 이상거래가 상당수 포착됐기 때문이다. 광명시흥 투기 의혹 직후부터 언론 등에서 각 후보지의 외지인 거래 증가와 지분 쪼개기 등 이상거래 의혹을 집중 제기했지만 불과 일주일 전까지 4월 말 발표를 공언했던 정부 책임론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안에 발표하기로 했던 수도권 11만호 등 전국 13만1000호 규모의 신규택지 입지 발표를 연기한다고 29일 밝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후보지 발표가 어느 정도 지연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계속 뒤로 밀린다면 시장에 불안한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2·4대책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신규택지 발굴로 수도권 18만호 등 전국 25만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어 그달 24일 광명·시흥 7만호 등 총 10만1000호의 입지를 공개하고 14만9000호의 입지 발표를 남겼으나, 직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땅 투기 의혹 사건이 터졌다. 이 가운데 이날 울산 선바위와 대전 상서 등 1만8000호 입지를 발표했고, 남은 13만1000호 택지 발표는 미뤄졌다.
이런 상황이 충분히 예견됐는데도 무리하게 발표를 강행하려 했던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크다. 예를 들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던 경기 A시 B동의 경우 3월 기준으로 2020∼2021년 사이 토지거래가 396건 이뤄져 1년 전 같은 기간 139건에서 2배 이상 늘었고, 이 가운데 지분거래도 63%에서 73%로 급증했다. 그런데도 홍남기 국무총리 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21일 제2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는 이미 발표한 주택 공급 계획 및 일정에 따라 주택 공급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4월 말 추가 신규택지 발표를 약속한 바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시늉’(시그널)은 해야 하니까 발표를 강행하려했던 것 같은데, 투기 의혹이 없는 수도권 입지를 찾는 것도 쉽지 않고 LH 사태 등으로 이미 국민 신뢰까지 잃어버린 상황이라 2·4대책 공급물량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기천·박세준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