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서 유력후보로 꼽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결국 탈락했다. 4·7재보선에서 확인된 민심을 거슬러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 지검장을 최종 후보군에 올리기에는 정권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29일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4명을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했다. 박 장관은 이르면 30일 총장 후보자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전망이다.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관련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될 처지에 놓인 이 지검장이 검찰 수사팀의 기소방침에 반발해 기소·수사 적절성을 묻는 수사심의위를 신청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추천위에서도 이 지검장이 피의자 신분인 점과 친정권 성향이 짙은 점을 마이너스 요인으로 감안한 인상이 비쳐지는 대목이다.
4명의 후보군 중에서는 김 전 차관이 총장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문 대통령의 임기말 검찰 조직을 장악하면서 내년 대선이나 퇴임 후까지 감안하면 4명 중에선 여권이 가장 믿을 만한 인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광주 출신의 김 전 차관은 서울북부지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거쳐 2018년 6월 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법무부 차관에 올랐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한창이던 2019년 9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수사팀을 꾸리자’고 제안하며 조 전 장관 관련 수사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10월 최재형 감사원장 견제 차원에서 김 전 차관을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추천하는 등 김 전 차관에게 꾸준한 신뢰를 보여왔다. 앞서 박 장관이 총장 자질로 언급한 것처럼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잘 맞는 인물’인 셈이다.
반면 지난해 윤 전 총장 징계 추진 과정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징계 철회를 요청한 조 차장과 2019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한 배 원장은 정권에 반기를 든 이력이 걸림돌이다. 사실상 구 고검장과 김 전 차관의 양강 구도이지만 김 전 차관에게 힘이 쏠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전 차관이 총장이 될 경우 이 지검장이 연임될 것으로 보는 기류다. 김 전 차관이 이 지검장보다 연수원 기수가 높아 지휘하는 데 무리가 없고 정권이 껄끄러워하는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 많기 때문이다. 설령 이 지검장이 기소되더라도 법무부 장관이 직무배제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중앙지검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한 부장검사는 “총장보다는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정권 겨냥한 수사를 하지 말라는 신호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창훈·김선영·이정한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