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연설은 대외정책 면에서 강한 군사력의 인도·태평양 지역 유지를 통한 중국 견제와 북한 도발 억지에 초점을 맞췄다. 대내적으로는 ‘큰 정부’의 기조 아래 이른바 부자 증세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경제 재건에 투자함으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폐해진 민생을 돌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인도·태평양에 강한 군사력 주둔시킬 것”
◆대규모 재정 지출로 코로나19 피해 극복
65분의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산업 인프라 확충을 위한 ‘미국 일자리 계획’과 교육 및 건강보험 등 인적 인프라 개선을 목적으로 한 ‘미국 가족 계획’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 설명에도 큰 비중을 할애했다. 미국 가족 계획은 10여년간 교육과 보육에 1조달러를 지출하고, 중·저소득층 가구에 8000억달러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등 총 1조8000억달러 규모다. 3~4세 아동 유치원 무상교육, 커뮤니티 칼리지 2년간 무상 교육, 유급 육아휴직 확대, 건강보험료 인하 등 방안이 포함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산안이 통과되면) 좋은 직장과 좋은 학교, 저렴한 주택, 깨끗한 공기와 깨끗한 물 등이 주어진다”며 “흑인, 백인, 라틴계, 아시아계 미국인, 아메리카 원주민 등 더 많은 미국인의 삶에 진정한 기회가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드는 막대한 재원은 법인세율 인상 및 부자들의 세금 부담 확대 등을 통해 마련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미 조야에선 바이든 정부가 오랫동안 미국을 지배해 온 ‘작은 정부’와 결별하는 수순을 밟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마침 이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난 해소를 위해 기준금리를 현행 0∼0.25% 선에서 동결하고, 시중에 통화 공급량을 늘리는 수단으로 사용 중인 채권 매입도 계속하기로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우리의 경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갈 길이 멀다”며 자산 매입 축소를 뜻하는 테이퍼링에 대해선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의장석의 해리스·펠로시, ‘여성 파워’ 과시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그 뒤 의장석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상원의장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나란히 자리를 지켜 눈길을 끌었다. 미국에서 대통령 유고 시 승계 순위 1, 2위인 부통령과 하원의장을 둘 다 여성이 맡은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이다.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전 등 바이든 대통령이 치적을 자랑하는 대목에선 침묵했다. 그러나 국방과 경제, 기술 등 분야에서 전방위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엔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대중 압박 강화와 관련해 미국 정치권에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워싱턴=정재영·국기연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