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우거진 5월 어느 날 두 쌍의 남녀가 숲 속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에두아르 마네의 대표 작품 ‘풀밭 위의 점심식사’인데 점심식사 광경치곤 좀 문란해 보인다. 마네는 인상주의 운동에 가담하거나 인상주의의 잘게 쪼갠 색채 묘사 방법을 따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시 미술계를 질식시켰던 아카데미 위주의 보수적이고 경직된 미술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인상주의자들과 뜻을 같이했다. 그래서 이 그림도 당시 주류 미술인뿐만 아니라 미술애호가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두 가지 측면에서였다.
하나는 내용적 측면인데, 아니나 다를까 점심식사 장면치곤 너무 외설스럽다는 점에서였다. 지금까지 그림에서 여체 누드는 없었을까? 그런 건 아니고, 그림에 등장했던 여체 누드들이 신화나 우화와 같은 베일에 싸인 채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제시됐기 때문이었다. 마네의 이 그림처럼 현실적인 장면 안에서 여체의 누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그림은 없었기에 사람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야외 나들이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장면 속에 여체의 누드가 등장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