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5·18 앞두고 광주서 또 집회 신고

41돌은 차분하게 준비
2020년 8월 15일 열렸던 광화문 집회 모습. 연합뉴스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앞두고 보수를 표방하는 유튜버와 지지 세력이 광주에서 집회를 예고해 경찰이 긴장하고 있다.

 

올해 5·18민주화운동 전야제 등 시민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작고 조용하게 치러진다.

 

2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5·18 유공자명단 공개를 요구해온 자유연대 등 단체가 이달 하순까지 광주 동구 일대에서 집회를 연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된 집회 참석 인원은 99명씩이다. 집회는 넉넉하게 잡힌 신고 기간 중 5·18 41주년을 즈음한 15∼19일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다.

 

장소는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 주변, 금남로 일대 등 5·18민중항쟁 역사의 현장이다. 자유연대 등이 집회를 예고한 기간 5·18단체와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앞선 신고로 해당 장소를 선점했다.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자유연대 등이 집회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도 집회를 허가할지 변수다. 자유연대 등은 지난해 이 맘때즘 5·18 유공자명단 공개 요구 집회를 계획했으나 광주시의 집회 금지 행정명령으로 인해 무산됐다. 자유연대 등은 집회 금지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보수 유튜버가 주축을 이룬 자유연대 등은 2년 전 5·18 39주년 즈음 광주 도심에서 집회를 열면서 항쟁 왜곡과 폄훼 발언을 일삼았다.

 

항쟁 희생자를 기리는 39주년 추모 당일에는 5·18 역사 현장인 금남로에서 ‘부산갈매기’ 등 경쾌한 분위기의 대중가요를 불러 행인들의 눈총을 받았다. 집회와 행진 과정에서 일부 시민이 항의하면 음향 장비를 이용해 욕설하기도 했다.

 

41돌을 맞은 올해 5618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조용하게 치러진다.

 

제41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7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전야제가 열린다.

 

전야제는 5·18이 폭동으로 몰려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던 때부터 5월 항쟁의 진실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잇고자 하는 시민들의 마음이 모였던 행사로 광주 시민들에겐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성대하게 준비한 지난해 40주년 전야제는 결국 취소됐고, 올해엔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매년 금남로 거리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난장이 벌어지고, 모두가 함께 모여 금남로를 행진하는 '민주평화대행진' 등 전야제의 꽃이라고 불리는 메인 행사들은 모두 취소됐다.

 

대신 광장 한쪽에 무대를 설치해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을 하는 것으로 전야제를 구성했다. 민주항쟁이 진행 중인 미얀마의 상황을 형상화한 공연도 준비되고 있다.

 

다수가 밀집하지 않도록 행사장에는 미리 초청받은 99명만 입장할 수 있다. 금남로에 전광판을 설치하거나 온라인 생중계를 하는 방식으로 시민들의 아쉬움을 달랠 예정이다.

 

광장 분수대 주변에는 17일부터 청년 작가 5∼10인이 참여한 전시작품이 설치된다. ‘오월의 꿈’을 주제로 희생자 묘비석의 의미를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전야제 외에도 5월 항쟁을 추념하는 시민 행사 역시 차분하게 진행된다.

 

행사위는 22일과 23일 5·18 민주광장에 다시 모여 각각 미얀마 지지를 위한 공동행동과 5·18 정신 계승을 위한 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