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나이가 들면 걸음이 느려지고 기력이 떨어지는 근감소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암이나 뇌졸중 등과 달리 당장 생사를 가르는 질병이 아닌 데다가, 근감소를 당연한 ‘노화의 과정’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감소증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사망률이 2배 이상 높아지고, 다른 질병에서 회복도 더뎌진다. 무엇보다 근육 감소로 일상생활에 제약이 생기면서 ‘삶의 질’이 뚝 떨어질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이은주 노년내과 교수는 “근감소는 아무 이유 없이 오지 않는다. 만성질환이나 운동 감소 등으로 인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보행상태는 이런 건강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라며 “근감소가 생기면 활동이 줄어들고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면서 노쇠상태로 가게 된다. 이 경우 암 등 질환이 생겼을 때 수술과 항암치료도 어려워 사망률이 2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2018년 강원도 평창군 노년층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근감소증이 있는 65세 이상 노인에서 요양병원으로 입원하거나 사망할 확률은 남자에서 5.2배, 여성에서 2.2배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근력 키우는 효과 없어
근감소의 경우 아직까지 치료약이 없다. 환자 스스로 근력운동과 단백질 섭취, 비타민D 복용 등 꾸준한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다.
이은주 교수는 “비타민D의 경우 뼈에 좋다고만 많이 알려졌는데 치매, 면역, 근육 등 전신에 영향을 준다”며 “근육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근감소 예방을 위해서는 루신과 비타민D, 운동 병행이라는 세 가지를 가장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60세 이상 성인의 경우 남성의 47.9%와 여성의 60.1%는 권장 식이 허용량(Recommended dietary allowance·RDA)보다 낮은 수준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기 섭취가 어려우면 루신이 많은 계란과 우유를 챙겨먹는 것을 권한다.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권유진 교수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 한국인유전체역학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인 하루 1회 미만 우유 섭취군은 하루 1회 이상 우유 섭취 군에 비해 근감소증 발생 위험이 1.25배 높은 것으로 나왔다. 우유 단백질의 20%는 조청 단백질로 필수 아미노산인 루신, 이소루신, 발린의 함량이 높고 2시간 내로 빠르게 소화돼 성인의 단백질 권장 식이량 충족에 도움이 된다.
권유진 교수는 “우유에는 양질의 단백질, 칼슘 등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돼 있어 하루 한 잔 이상의 우유 섭취는 근감소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식단뿐 아니라 운동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노년층의 경우 근력보다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근력을 키우는 효과가 거의 없는 만큼 근력 운동, 스트레칭, 균형운동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운동 전후로 10분씩 스트레칭을 하고, 유산소운동 30분, 근력운동 30분, 밸런스 운동 10분 등과 같은 식으로 운동을 구성하여 일주일에 150분 이상씩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이은주 교수는 “흔히 20대에 운동 효과가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운동효과는 오히려 노인층에 가장 좋다. 근육량이 더 늘어난다는 측면이 아니라 운동을 통해 건강상 기능적 면이 가장 크게 개선된다는 의미”라며 “노년층은 운동을 통해 ‘삶의 질’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