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물류창고를 짓는 과정에서 여전히 안전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을 끄는 데 필수인 소화장치에서 물이 나오지 않거나 작동되지 않는 비상경보장치가 놓여 있는 등 부적합 사례가 여럿 적발됐다. 규제사각지대로 인해 보건관리자도 제대로 배치되지 않는 등 인명 피해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2일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이 발간한 중대재해 이슈리포트 ‘냉동·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예방 기획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75%에서 간이소화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이 올해 2월 3∼9일 수도권 냉동·물류창고 건설현장 8곳을 조사한 결과 2곳에서만 간이소화장치의 물이 나왔다. 간이소화장치는 화재가 났을 때 물을 뿌려 불을 끄는 장치로 소방청장이 정하는 성능을 갖춰야 한다. 냉동·물류창고는 대부분 한 층의 높이가 10 내외로 일반 건물 3층 이상의 높이이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소화기만으로 불을 끄는 데 한계가 있다. 간이소화장치가 정상 작동해야 안전하다는 의미다.
화재감시자의 부실한 배치도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화재감시자는 용접 등 불이 날 가능성이 있는 작업을 하는 현장에서 화재위험을 감시하고 화재 발생 시 대피·유도 업무만을 담당한다. 하지만 대부분 협력업체를 통해 화재감시자를 배치하는 등 화기 작업에 전문성이 없는 일용직을 세워놓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노동부 산하 직업안전위생관리국(OSHA)은 화재진압에 대한 지식이 많고 능숙한 작업자를 화재감시자로 정의해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정세균 공단 중앙사고조사단 부장은 “용접 등 위험작업 시 대부분 협력업체에서 (화재감시자를) 신청하면 원청에서 승인하는 절차로 관리하고 있지만 실효성 제고를 위해서는 원청의 현장 작동성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수적”이라며 “화재 분야 교육 이수자나 현장 자체적으로 일정 시간 화재진압과 비상 대피 교육을 한 작업자를 배치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부는 14일까지 전국 냉동·물류창고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화재·폭발 예방 긴급점검을 실시한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이행 여부를 불시에 확인해 화재·폭발사고를 예방하고, 법 위반 사항 등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나 시정조치를 한다. 시정조치 미이행 현장은 사법처리까지 할 예정이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