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정부가 ‘메이드인 아메리카’ 정책을 강화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도 현지 전기차 생산 전략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현지 생산 공장을 갖춰 수주를 늘리고 있는 배터리 기업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내연기관 차량 생산 설비만 갖춰 향후 생산 전략 변화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호세 무뇨즈 현대차 북미법인 사장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과 인센티브에 대해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은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지만 “다른 고려사항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 향후 미국 내 현대차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검토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남겼다.
업계에서는 오는 7월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할 기업평균연비규제와 관련해 미국 내 전기차 생산업체에 대한 금전적, 제도적 인센티브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미국의 보조금이나 인센티브 내용을 살펴본 뒤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과 관련해 노조와 생산물량 조정 협의를 어떻게 이끄느냐가 관건이다. 앞서 현대차는 투싼을 미국에서 생산하기 위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던 쏘나타와 아반떼 물량 중 연 7만대를 국내로 가져왔다. 이처럼 미국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서는 노조와의 협의가 중요하다. 또 내연기관 차보다 반도체 필요량이 많은 전기차 생산 확대가 반도체 수급난 해결 전까지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대림대 교수)은 “현대차의 미국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 라인 구축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미국의 내연기관 라인을 대체하게 되겠지만 이 과정에서 노조와 협의하는 문제 등이 간단하지 않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를 두고 현대차 내부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대차는 지난달 세계 시장에서 총 34만5777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5.1% 판매량이 늘었다고 밝혔다. 기아도 지난달 24만9734대를 판매해 1년 만에 판매량이 120.9%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생산 차질에 따른 기저효과로 분석된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