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지명됐다. 청와대가 4명의 검찰총장 후보군 중 김 전 차관을 낙점한 데는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우리 사람’이란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총장 시절 정권에 많은 부담을 안긴 검찰 수사의 동력은 자연스레 약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김 전 차관과 함께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선정한 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고심을 거듭했다. 통상 검찰총장은 후보추천위 다음 날 법무장관이 최종 후보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했다.
김 검찰총장 후보자는 전남 영광 출신으로 서울북부지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거쳐 2018년 6월 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법무부 차관에 올랐다. 22개월간 차관으로 있으면서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장관을 내리 보좌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무색무취’한 사람이었지만 법무부 차관 시절부터 친정부 성향으로 기울어졌다고 평가한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윤 전 총장에게 ‘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수사팀을 꾸리자’고 제안한 사실이 알려져 검찰 내부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 후보자의 낙점은 결국 검찰개혁으로 대표되는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춤한 인사가 가장 중요한 총장 인선 기준이었음을 시사한다. 박 장관은 앞서 총장 후보 인선 기준을 두고 “대통령 국정철학에 관한 상관성이 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4·7재보궐 선거 참패, 지난해 이어진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과 윤 전 총장의 대권후보 부상 과정에서 여권이 내세운 검찰개혁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차기 총장에 대한 요구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문 정부는 고심 끝에 ‘검찰개혁’과 ‘정권의 안전한 퇴로 확보’에 무게를 두고 후보자를 최종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군 중 연수원 기수가 가장 높은 김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고검장과 검사장 인사 폭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보다 3기수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유임 가능성도 커졌다. 김 후보자 취임과 이 지검장 유임이 결정될 경우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 등 정권에 부담스러운 수사에 대한 동력이 윤 전 총장 시절보다 대폭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