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새 임대차 3법 중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본격 시행된 이후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기존 전셋집에 눌러앉는 세입자가 늘면서 시중에 전세 물량이 늘지 않은 데다, 저금리에 보유세 인상까지 겹쳐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바꾼 집주인이 늘어난 영향이다.
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9개월간(지난해 8월∼올해 4월) 서울의 아파트 임대차 거래는 모두 12만118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보증금 외에 매달 일정액을 추가로 지불하는 반전세와 월세 계약(순수 전세 제외)은 4만1344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의 34.1%를 차지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 9개월(2019년 11월∼지난해 7월)간 반전세·월세 비중(28.4%)보다 5.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순수 전세의 비율은 71.6%에서 65.9%로 감소했다.
서울 외곽에서는 관악구가 지난해 6월 26.7%에서 법 시행 이후인 9월 41.9%로 올랐고, 올해 들어서도 4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구로구의 경우 법 시행 전에는 25% 안팎에서 8월에는 30.9%로 올랐고, 11월에는 52.2%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서도 1월에도 44.7%를 기록한 데 이어 2∼4월에는 30% 후반대를 유지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며 서민들의 주거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해 반전세나 월세로 들어가게 되면 그만큼 고정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 반전세·월세로 거주하던 세입자들도 임대차법 이후 비용 부담이 더 커졌다.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84㎡)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 안팎에 거래가 이뤄졌는데, 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10월에는 1억원에 300만원, 그 다음달에는 1억원에 320만원으로 월세가 뛰었다. 지난해 7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0만원에 거래됐던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84.2㎡)도 올해 2월에는 1억원에 160만원으로 올랐다.
다음달부터 임대차 3법의 마지막 퍼즐인 전월세신고제까지 시행되면, 전세 매물을 더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부동산학) 교수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것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분을 월세로 충당하기 위한 목적인 경우가 꽤 있다”면서 “6월부터 인상된 종부세율이 적용되는 시기이고, 전월세신고제 시행으로 임대소득도 노출될 것이기 때문에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차라리 이번 기회에 전세를 월세로 바꾸자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