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 대북정책을 꺼내들고 국제사회 지지 확보에 나섰지만 북한은 미국의 접촉 시도에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양측의 ‘기싸움’이 길어지면서 북·미 협상 재개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G7(주요 7개국) 외교·개발장관들은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회의를 마치고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 협상에 관여하라고 촉구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북한의 모든 불법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을 폐기하는 목표를 유지한다며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힘을 보탰다.
로긴은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긍정적 움직임을 보이길 기다리려는 것”이라며 “이는 조만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고 다소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WP 보도에 대해 우리 통일부 관계자는 6일 “북·미대화 복원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대북정책 검토 결과 설명을 포함한 북·미 간의 이런 접촉과 관여 등이 조기에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한·미 간 처음부터 협의하고,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는 점을 평가한다”며 “한·미 양국이 완전히 조율된 전략 기반으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G7 장관들의 성명에는 북한의 WMD와 탄도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포기(CVIA·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Abandonment)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지난 3일 G7 외교장관 만찬 회동 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Complete Verifiable and Dismantlement) 목표를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지만, 공동성명에는 CVIA 표현이 삽입됐다.
폐기(dismantlement)와 포기(abandonment)는 크게 다르지 않은 개념이나, 이번 G7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거부감을 느끼는 CVID라는 용어의 사용은 피했을 수도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후 열린 이번 회의에서 이런 표현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편 모테기 외무상은 5일(현지시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에 대해 북한 비핵화라는 지금까지 미 정부의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모테기 외무상은 “(미국 정부의 방침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일·미가 일치하고, 일·미·한도 일치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 북한 비핵화 두 용어를 전반적으로 혼용해서 사용했는데 대북정책 검토 과정이 있은 뒤 한반도 비핵화로 통일이 된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워싱턴·도쿄=정재영·김청중 특파원, 홍주형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