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4 공급대책 발표 이후 안정되는 듯 보였던 부동산 시장을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시작으로 조금씩 들썩이는 모양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최근 부동산 시장 동향에 대해 “재건축 이슈가 있는 서울 강남 4구 등 주요 단지의 불안 조짐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홍 부총리의 이 같은 언급은 2·4대책 이후 겨우 안정세를 찾아가던 부동산 시장이 4·7 재보선을 기점으로 이상기류를 보이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재건축 단지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과열 조짐이 나타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의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음에도 가격 상승세가 계속됐다. 서울에서 4주 연속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노원구(0.21%)는 상계·월계동 위주로, 강남권에서는 서초구(0.15%) 반포동의 지은 지 오래된 구축단지, 강남구(0.14%)의 압구정·개포동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단지 위주로 오름폭이 컸다.
서울 아파트의 수급동향을 나타내는 매매수급지수도 4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매매수급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공급 우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 우위의 시장을 의미하는데 4월 첫째주 96.1에서 넷째주에는 102.7로 올라갔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회복되면서 올해 1분기(1∼3월) 전국적으로 외지인들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부동산정보 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한국부동산원의 거주지별 아파트 매입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1분기 타지역 거주자가 매입한 아파트 비중은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27.3%로 집계됐다. 외지인의 아파트를 구입이 늘어나는 것은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 기대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는 게 경제만랩 측 설명이다.
홍 부총리는 정치권이나 지자체와 긴밀히 협의해 시장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서울시에서도 정비사업 속도를 조절하면서 시장교란 행위를 우선 근절하겠다고 밝힌 만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정부와 서울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 불확실성 조기해소를 위해 당정 간 협의, 국회와의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고도 밝혔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과 관련해서는 “이달까지 대부분의 법률이 발의될 예정이며, 하위법령 개정 등 행정부 내 조치사항은 후속 절차가 착실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번 부동산 부패사슬의 근본적 청산 및 투기세력 발본색원·처벌 강화에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속도전을 펴나갈 것”이라며 국회의 조속한 입법 협조를 요청했다.
한편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달리 전셋값은 전국적으로 진정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와 같은 0.13%를 기록했고, 수도권은 0.11%에서 0.12%로 오름폭이 소폭 커졌다.
박세준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