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대선 경선 연기론’에… 이재명계 “패배 앞당기는 것”

이재명 '내전' 거론하며 강력 반발에도
與 내 친문계 '대선 경선 연기론' 주장
이낙연 “원칙은 존중돼야” 원론적 입장
이재명 측 “제3후보 띄우려 해” 의심도
민주당 전재수(왼쪽), 민형배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대선 경선 연기론과 이에 대한 반박이 공식적으로 나오며 갈등이 예고됐다. 새 지도부 출범 후 친문(친문재인)계 등이 경선 연기 필요성을 제안했지만 여권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7일 당 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에 대해 “패배를 앞당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날 같은 당 전재수 의원이 경선 연기론을 공론화한 것에 대한 첫 공개 반발이다.

 

친문인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때문에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으로, 시점은 정부의 집단면역 달성 목표 시한인 11월로 잡았다.

 

전 의원은 “특정 후보의 입장, 특정 계파의 시각에서 벌어지는 피곤한 논쟁이 아니라 중단없는 개혁과 민생을 위한 민주당의 집권전략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경선 연기 주장이 이 지사와 무관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지사 측은 지난 2월 경선 연기론이 처음 나왔을 때 ‘내전’까지 거론하며 강력 반발한 바 있다.

 

대선 주자 간 회동 자리에서도 경선 연기론이 나왔다. 김두관 의원은 6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의 조찬 자리에서 경선 연기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는 김 의원의 경선 연기 주장을 경청했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6일 친문 제3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과 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선 연기론의 명분은 국민의힘 후보 선출이 대선 120일 전인데 굳이 민주당이 180일 전에 후보를 확정해 일찍 공격에 노출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야당이 후보 선출을 늦춰 컨벤션 효과를 끌고 가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일단 김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대선 주자와 민주당은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전날 경선 연기론에 대해 “전혀 검토된 바 없다”며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때에는 당헌에 규정된 절차를 밟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지사 측은 경선 연기론에 대해 친문이 제3후보를 띄우려 하는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민 의원은 이날 경선 연기에 대해 “민주당 경선은 국가의 미래비전을 놓고 경합하는 성장의 과정”이라며 “당헌·당규를 고쳐 국민의힘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경선을 하는 것이 되레 국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게다가 그 시기는 정기국회 기간과 겹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와 가까운 백혜련 최고위원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해진 룰이 이미 당헌·당규에 있기 때문에 후보 간 이해관계에 따라서 경선을 연기하려면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이나 분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