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일 장관 후보자 3명의 인사 청문 보고서 채택 시한을 하루 앞두고 고심에 빠졌다. 청와대가 국정운영 지지율 반등을 위해 꺼내 든 4·16 개각 카드를 외면하자니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처리하자니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부적격 후보자들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취임 후 첫 고위 당정청 협의회 참석을 앞두고 지도부 의견을 수렴하는 등 시종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 보고서를 10일까지 채택해 문 대통령에게 송부해야 한다. 이와 관련, 당정은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청문 정국 해법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송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박완주 정책위의장, 윤관석 사무총장 등이 자리했다. 정부 측에서는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청와대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은 야당 동의 없이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는 방안, 그리고 일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거나 또는 문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어떤 선택도 민주당에 정치적 부담될 수밖에 없다. 야당 동의 없이 각종 의혹이 제기된 후보자들의 청문 보고서를 단독 채택할 경우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또는 전체 낙마로 가닥을 잡을 경우 문 대통령의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임기말 당·청 관계가 흔들리면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힘들어지고, 차기 대선 국면에서 정권재창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당내 의견은 분분하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노 후보자와 박 후보자는 야당이 제기한 의혹에 해명이 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임 후보자는 본인이 직접 걸린 문제여서 당 차원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박 후보자와 임 후보자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당에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세 후보자 모두에게 부적합 판정을 내려야 한다”며 “적합한 사람을 찾아보면 왜 없겠나”라고 했다. 장관 후보자 인선이 실패했다는 뜻이다. 그는 다만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것이어서 결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정이 이러니 송 대표도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송 대표가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앞두고 지도부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내 달라고 요청했다”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송 대표가 일차적으로 현황을 파악했으니 내일(10일) 의원총회 이후 입장을 정리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