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두 개의 운영체제(OS, operating system)가 양분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에서의 ‘스마트폰’을 처음 만들어낸 애플은 미국 시장에서 60%를 장악하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는 안드로이드가 87% 가깝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늦게 출발한 안드로이드가 더 많은 시장을 가질 수 있는 비결은 제조사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제공하기 때문이고, 삼성전자는 이를 사용해서 세계에서 애플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스마트폰의 강자가 되었다.
물론 삼성은 구글에서 운영체제를 빌려 사용하는 대신 자신만의 운영체제를 갖고 있다면 훨씬 더 유리한 고지에서 사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하기 전에 삼성이 먼저 인수할 수 있었다. 2004년 안드로이드 체제를 만들고 있던 앤디 루빈이 팀원 몇 명을 데리고 서울에 와서 삼성 측과 미팅을 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삼성의 임원이 “고작 여섯 명으로 그걸 만들겠다고 하느냐”며 웃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루빈은 바로 2주 후에 구글과 미팅을 가졌고, 구글은 50만달러라는 (지금 생각하면 아주 적은) 액수에 안드로이드팀을 사버렸다. 여기까지가 삼성이 안드로이드를 놓친 이야기다.
1984년에는 스포츠용품을 만드는 아디다스가 데카 레코드와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그해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세 번째로 지명된 신인 선수가 대학선수 시절 즐겨신었던 아디다스와 계약을 원하는데, 키(198㎝)가 작은 게 걸렸던 거다. 결국 계약하지 않겠다고 하자 그 선수는 아디다스 측에 “정말로 하지 않겠느냐”며 재차 확인했고, 아디다스는 그 말을 듣고도 그 선수와 계약하지 않았다. 그 선수는 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이다.
조던이 아디다스에 다시 물었을 때 그는 이미 나이키에서 오퍼를 받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아디다스에 한 번 더 물어봤을 만큼 조던은 아디다스 브랜드를 사랑했다. 최근 인기를 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에서도 대학선수였던 조던이 인터뷰에서 자신이 아디다스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 장면이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나이키가 세계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군림하게 된 시대였고, 그 원동력은 마이클 조던을 동원한 ‘에어 조던’ 마케팅이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 만큼 나이키는 조던으로 인해 엄청난 수혜를 입었다. 지금은 스포츠 스타를 동원한 마케팅이 자리를 잡았지만, 현재의 마케팅 방법론은 사실상 나이키의 조던 마케팅이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디다스는 왜 그렇게 계약을 간절하게 원하는 조던에게 ‘노’라는 답을 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포기했을까.
앞서 말했듯이 그들에게는 조던의 키가 큰 문제였다. 조던이 세 번째로 드래프트된 그해에 첫 번째 드래프트는 213㎝의 장신 센터 하킴 올라주원이었고, 두 번째였던 샘 보위는 그보다 더 큰 216㎝였다. 신인들만이 아니었다. 1980년대의 미국 프로농구는 윌트 체임벌린, 카림 압둘 자바처럼 7피트(213㎝)가 넘는 장신 선수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마이클 조던 정도나 그 이하의 키를 가진 선수들 중에서 MVP가 된 선수는 단 두 명밖에 없었을 만큼 키는 곧 실력을 의미하던 시절이었고, 당시 스타들 중에서는 작은 편에 속했던 래리 버드나 매직 존슨도 마이클 조던보다는 큰 선수들이었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스폰서 계약을 해야 하는 임원의 입장에서 드래프트 3위의 키가 작은 선수와 계약하기 힘들었던 건 당연하다. 판단은 데이터를 통해 해야 하고, 데이터에 따르면 조던은 큰 성공을 할 선수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 이변은 일어나고, 이변이 일어날 때 관중은 환호한다. 아디다스가 어리석었던 게 아니라 나이키가 운이 좋았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