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분양받은 공공주택 시세가 수억원씩 올라 막대한 시세차액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을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분양받은 것에 대한 적절성 논란과 함께 투기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0일 LH 임직원들이 분양받은 공공주택 202개 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호당 평균 2억4000만원의 시세차액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 등을 토대로 공공주택의 최초 분양가와 최근 시세를 분석해 차액을 산출했다. 의원실의 전수조사에서 공공주택을 분양받은 LH 임직원은 1621명인데, 경실련은 이 중 조사가 가능한 202개 단지 1379명의 분양 사례를 분석했다.
시세차액의 총액을 살펴보면 계약자 수가 가장 많은 경남혁신도시의 규모가 가장 컸다. 경남혁신도시 LH 4단지는 시세차액이 1채당 1억7000만원인데 임직원 169명이 분양받아 총 290억원의 차액을 냈다. 151명이 계약한 경남혁신도시 LH 9단지는 총 209억원, 130명이 계약한 LH 8단지는 총 194억원의 차액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청약 경쟁률이 10위권 안에 드는 공공주택을 분양받은 임직원도 파악됐다. LH가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81세대를 모집한 판교창조경제밸리 A1지구는 청약 모집에 2039명이 신청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는데, 이곳에서 LH 임직원 2명이 계약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하남 감일 B-4지구에서 4명, 남양주 별내 A25단지에서 2명 등 총 11명이 인기 공공주택의 청약에 당첨됐다.
경실련은 “지금의 공공주택사업은 공기업 직원들의 투기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LH 임직원들이 적법하게 분양받았는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제수용한 공공택지의 민간 매각을 중단하고 토지 임대 건물 분양이나 20년 이상 장기 공공주택 공급 등의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LH 측은 “LH 직원도 일반 입주자와 동일하게 법상 청약 자격을 충족해 입주했으며 절차를 준수해 입주 후 분양전환 계약을 체결했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또 “임직원이 주로 거주 후 분양 전환한 판교·광교의 중대형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정책이 시행됐기 때문에 청약이나 거주, 소득, 자산 수준 등에서 제한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