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우수 인재 정주할 수 있게 세계적인 창업 중심지로 만들 것” [구청장에게 듣는다]

박준희 관악구청장
區 청년인구 20만… 전체의 40%
전국 최초로 창업지원펀드 조성
‘테마골목’ 조성 등에 36억 투입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있는 실리콘밸리처럼 서울대가 있는 관악구도 세계적인 창업 중심지가 될 수 있습니다.”

서울 관악구의원, 서울시의원을 두루 거친 박준희(사진) 관악구청장의 오랜 꿈 중 하나는 관악구를 벤처창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실제 박 구청장 취임 후 약 3년 동안 관악구에는 9개의 창업지원시설이 새로 들어섰다. 박 구청장은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서울대의 우수 인재와 기술력이 학교 졸업 후에도 관악구에 정주하며 기업 활동까지 왕성하게 벌이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선 7기 들어 관악구는 낙성대 일대와 대학동을 거점으로 창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관악S밸리’ 조성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곳에 들어선 창업지원시설은 창업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기업 역량강화 프로그램, 창업네트워크 등을 지원한다.

현재 59개 기업이 시설에 입주해 있고 일부 기업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애니아이’라는 기업은 자율주행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초음파 이미징 시스템을 개발해 국무총리상을 받았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유전자 예측 플랫폼을 개발한 ‘지니얼로지’는 저명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논문을 게재했다.

관악구는 서울대기술지주회사와 KT, 민간투자기관인 부국증권, 퀀텀벤처스코리아 등과 협약을 맺고 200억원 규모의 창업지원펀드를 지원하고 있다. 관악구는 이 중 5억원의 자금을 출자했다. 박 구청장은 “초기 벤처기업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관악구는 전국 기초단체 중 처음으로 창업지원펀드를 조성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악구는 전국에서 가장 청년 비율이 높은 ‘젊은 도시’다. 구에 거주하는 청년만 약 2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0.3%를 차지한다. 그만큼 청년 정책은 관악구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관악구는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협약을 맺고 지난해부터 ‘청년 임차인 중개보수 감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만 29세 이하 청년이 7500만원 이하 주택에 대해 전월세 계약을 할 때 중개료의 20~25%를 감면해 준다.

신림동에는 청년들이 모여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청년문화공간 ‘쓰리(3)룸’이 운영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이제는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독립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같다”며 “혼밥거리 조성, 쓰레기봉투 낱장 판매 등 정책에도 달라진 청년문화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입구역 주변 ‘샤로수길’은 일명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이 나 청년들이 모여들고 있다. 구가 상인회를 통해 컨설팅을 지원하고 도로 정비·조형물 설치 등 골목사업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관악구 골목상권을 5개 권역, 2개소씩으로 나눠 ‘테마골목’으로 조성하는 것도 박 구청장의 아이디어다. 구는 올해 말까지 3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운 골목상권 돕기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박 구청장은 “취임 후 관악구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더라”며 “항상 어떻게 하면 구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질까 고민하는데, 이런 아이디어가 가시화하거나 결실을 맺을 때 구청장으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웃음지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